언스트앤영 '부정부패 보고서' 결과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회계ㆍ컨설팅업체인 언스트앤영이 글로벌 기업의 고위 임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현금으로 뇌물을 주거나 재무실적을 위조할 의향이 있다는 답변이 적잖게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언스트앤영은 전세계 43개 국가의 글로벌 기업 대표이사(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내부통제 및 준법감시 담당자 1천700명을 상대로 설문을 시행해 '2012 글로벌 부정ㆍ부패 보고서'를 23일 발표했다.

설문 결과 신규 사업 유치나 기존 사업의 유지를 위해 현금으로 뇌물을 줄 용의가 있다는 대답이 전체 응답자의 15%에 달했다.

또 필요하다면 재무실적을 위조할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5%에 이르렀고, CFO 중에서는 재무실적을 위해 회계 분식 의사가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4%에 달했다.

언스트앤영이 2년 전 같은 내용으로 설문을 실시했을 때는 뇌물 공여와 재무실적 위조 의향 답변이 각각 9%와 3%에 불과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세계적인 경기 불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지속가능 성장보다는 '생존'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으로 풀이된다.

언스트앤영 한영의 윤경식 감사본부장은 "CFO가 회계분식 의사를 밝힌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업에게 큰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이사회와 감사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부정부패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크게 '관대'해진 것과는 달리 대책은 상당히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스트앤영은 "경영진 차원에서 일관되고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는데 부패 척결을 주장하면서도 실제 부정이 적발될 경우 단호하게 처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흥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현지에서 맞닥칠 반부패 리스크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며, 인수ㆍ합병(M&A)을 통해 인수할 경우 피인수 기업에 대한 반부패 위험 실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부정부패 문제와 관련해 익명의 제보조차 꺼리는 문화적 특성이 있는 한국 기업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언스트앤영 한영에서 부정부패 리스크관리 서비스를 담당하는 유희동 이사는 "보고서에서 제기된 문제들이 국내 기업들에도 예외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이사는 "국내 기업들도 독립적인 외부 전문 기관을 통해 컴플라이언스 관리 시스템이 가진 효과성을 평가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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