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 기대 약화에 유가 이틀째 급락

엔화, 안전자산 선호로 유로 및 달러화 대비 강세 재개

10년물 국채금리 9개월래 최저



(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2일(미국시간) 뉴욕 금융시장이 유가 급락에 다시 휘둘리는 모습을 보였다.

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에너지와 금융업종 급락에 영향을 받아 2% 안팎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에너지주는 유가 급락과 관련 업체 실적악화에 하락했고, 금융주는 국채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수익 감소 전망에 약세를 기록했다.

뉴욕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데 따른 감산 합의 가능성 약화로 급락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5.5% 급락한 29.88달러에 마쳐, 다시 30달러를 깨고 내렸다.

미국 국채금리는 유가와 주가의 동반 약세에 따른 안전자산 매수세 유입으로 하락했다. 국채금리가 떨어지면 국채가격은 오른다.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10bp 낮아진 연 1.864%로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하루 낙폭으로 2015년 7월6일 이후 최대다.

2년과 10년만기 국채수익률 스프레드는 2008년 1월 이후 가장 좁은 폭으로 기록했다.

위험자산 회피 분위기에 편승해 환시에서는 안전통화인 엔화가 달러화와 유로화 대비 강세를 재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OPEC 관계자들은 대부분의 회원국들이 정기 회의가 예정된 6월 전에 긴급회의를 개최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OPEC 한 관계자는 주요 회원국들은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합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회의를 개최할 필요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연설에 나선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이 올해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며 매파적인 발언을 내놨다.

에스더 총재는 이날 캔자스시티에서 가진 연설에서 최근 주식시장 매도세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며 반드시 우려할만한 것도 아니라고 진단했다.

에스더 총재는 연준 위원 중 가장 매파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투표권을 가진다.

◇ 주식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95.64포인트(1.80%) 하락한 16,153.5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36.35포인트(1.87%) 내린 1,903.03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03.42포인트(2.24%) 떨어진 4,516.95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하락 출발한 지수는 장중 내내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

유가가 큰 폭의 하락세를 이어가며 에너지 업종지수를 끌어내린 것이 전반적인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금융주들이 국채 금리 하락에 영향을 받으며 약세를 보인 것도 지수 하락에 일조했다.

뉴욕 유가는 미국의 주간 원유재고 발표를 앞둔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따른 감산 합의 가능성 약화로 배럴당 30달러 아래로 급락했다.

유가 급락에 에너지 업종은 3% 이상 떨어지며 업종별로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금융업종과 기술업종이 2% 이상 내리는 등 유틸리티업종을 제외한 전 업종이 내림세를 보였다.

에너지 기업 실적은 1년 넘게 지속해온 유가 하락에 타격을 받았다.

다우지수 구성 종목 중에서는 엑손모빌이 유가 하락으로 전분기 이익이 58% 급감했다는 소식에 2% 넘게 떨어졌다. 셰브론도 4% 넘는 약세를 나타냈다.

영국 대형 에너지업체 BP의 주가도 회사의 지난해 연간 손실이 65억달러(약 7조8천500억원)에 달했다는 소식에 8% 이상 급락세를 나타냈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각각 4%와 5%대 급락세를 나타내는 등 금융주도 큰 폭의 내림세를 보였다. JP모건과 씨티그룹도 각각 3%와 4%대 하락세를 나타냈다. 웰스파고도 약 2% 내렸다.

이날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1.864% 수준까지 하락한 것이 은행주 하락을 이끌었다. 통상 장기 채권 금리가 하락하는 것은 단기 자금을 조달해 장기로 대출을 하는 은행들의 이자 수익을 줄여 실적에 부정적인 요인이 된다.

다만, 듀폰은 5% 이상 상승하며 다우지수 종목 중 유일한 상승 흐름을 나타냈다. 합병회사인 다우케미컬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한 것이 듀폰의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도 전일 발표된 실적이 호조를 보인 데 따라 1% 넘게 올랐다.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 경제 견고함을 확인하기 위해 오는 5일(금요일) 발표되는 고

용지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왈락베스캐피털의 일야 페이진 전략가는 "유가 하락과 성장에 대한 우려가 문제가 됐다"며 "고용지표가 발표될 때까지 지수는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미국의 자동차 판매 증가세는 폭설과 적은 영업일 수 등으로 완만한 수준을 나타냈다.

JD파워 앤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1월 계절적 요인을 반영한 미국의 총 신차 판매는 2006년 이후 최대인 연율 1천680만대로 예상돼 일년전 동기의 1천670만대를 웃돌았다.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 변동성지수(VIX)는 10% 상승해 22.05를 기록하며 2주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VIX는 1월까지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 채권시장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트웹에 따르면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만기 국채가격은 전날보다 29/32포인트 올랐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10bp 낮아진 연 1.864%로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하루 낙폭으로 2015년 7월6일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3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10bp 떨어진 2.679%를 보였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전날보다 5.9bp 하락한 0.750%로 2015년 10월30일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유가 약세에 따른 유럽증시 약세로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이 개장 초 1.90% 아래로 내려앉으며 2015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일본과 유로존 주요국 국채수익률이 미국채보다 매우 낮은 수준을 보이는 것도 미 국채에 대한 매력도를 높였다.

RW프레스프리치앤코의 래리 밀스타인 국채 및 공사채 거래부문 헤드는 "안전자산이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것보다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작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벌어졌던 전세계 증시와 유가, 이머징 마켓 환율의 급락은 전세계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를 부추기며 미국 경제가 해외발 악재에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했다.

이에 따라 연방기금(FF) 금리선물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기껏해야 1차례 정도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안전자산인 미 국채 매수세를 견인했다.

특히 저금리 시대가 지속됨에 따라 아시아와 유럽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고수익률을 보장하는 미 국채시장으로 몰려드는 것도 국채 상승을 견인했다.

일본은행(BOJ)은 지난 주말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했고 이미 마이너스 예금금리를 채택한 유럽중앙은행(ECB)이 낮은 물가를 이유로 오는 3월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예상 역시 고수익률 국채에 대한 매력도를 높였다.

이날 2년과 10년만기 국채수익률 스프레드는 2008년 1월 이후 가장 좁은 폭으로 기록했다. 해외 성장률 둔화가 미국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이 성장 모멘텀을 상실할 수 있다고 우려한 머니 매니저들이 국채를 사들이는 듯하다고 강조했다.

2년과 10년만기 국채수익률 스프레드는 전날의 115.7bp에서 111.4bp로 좁혀졌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미 국채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전세계 성장률 둔화 우려가 상존한다면 국채수익률 하락 압력이 지속될 듯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1월 비농업부문 고용 결과가 나온 뒤 국채가격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1월 고용이 나오는 이번 주말까지 국채수익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오후 4시(미 동부시간) 기준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19.98엔을 기록해 전날 뉴욕 종가인 120.99엔보다 1.01엔 낮아졌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30.94엔을 나타내 전날 종가인 131.82엔보다 0.88엔 내렸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0913달러에 움직여 전날 종가인 1.0893달러보다 0.0020달러 올랐다.

영국 파운드화는 달러화에 파운드당 1.4414달러에 거래돼 전날 종가인 1.4442달러보다 0.0028달러 낮아졌다.

유가 급락에 따른 유럽과 뉴욕증시 약세로 안전통화인 엔화 매수세가 재개됐다. 미국발 경제지표 발표가 없어 장중 내내 유가와 증시가 환율 움직임을 지배했다.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연준이 경제 활동과 물가에 맞춰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높게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달러화는 거의 변동하지 않았다.

파운드화는 영란은행(BOE)의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약세를 나타냈다. BOE가 성장률 전망과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낮출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채택에도 중국발 성장률 둔화와 유가 하락, 이에 따른 주요국 증시 약세 등이 엔화 매수세를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본 기업들이 올해 달러화의 대 엔화 환율을 115-118엔으로 예측한 상황이어서 엔화가 추가 강세를 보인다 해도 이 범위대 아래로 내려앉지는 않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엔화가 오름세를 지속한다면 BOJ가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엔화가 급격한 상승세를 타기 어려울 듯하다고 부연했다.

유가 급락으로 캐나다와 호주 등 원자재 관련 통화가 달러화에 약세를 나타냈다.

호주달러화는 달러화에 호주달러당 0.7049달러에 거래돼 전날 종가인 0.7107달러보다 0.0058달러 내렸다.

달러화는 캐나다달러화에 달러당 1.4029캐나다달러에 움직여 전날 종가인 1.3930캐나다달러보다 0.0099캐나다달러 올랐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달러화가 단기적으로 120엔 안팎에서 지지를 받을 것이라면서 BOJ의 마이너스 금리 채택으로 장기적인 엔화 강세 전망에 기댄 거래는 위험을 내포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원유시장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74달러(5.5%)나 낮아진 29.88달러에 마쳐 지난 1월21일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유가는 러시아가 감산 협의 가능성을 밝히는 구두 개입성 발언을 내놓고 있으나 OPEC가 부정적 태도로 일관해 약세를 지속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OPEC 관계자들이 대부분의 회원국이 정기 회의가 예정된 오는 6월 전에 긴급회의를 개최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를 방문해 "러시아는 세계 에너지 시장에 관해 (다른 산유국들과) 공동의 이해를 확보하는 것과 의견 교환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에너지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러시아의 하루 산유량은 전월의 1천83만배럴보다 소폭 늘어난 1천88만배럴을 보였다.

시장은 다음날 공개될 에너지정보청(EIA)의 지난주 미국 원유재고 결과에 주목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지난주 원유재고가 400만배럴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러시아발 구두 개입성 발언의 효과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OPEC 회원국이 이달 감산을 위한 긴급회의에 반대하고 있어 이에 따른 전세계 공급 과잉 우려가 유가에 하락압력을 가했다고 덧붙였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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