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달러-원 환율은 국제유가 급락과 위안화 절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요인이 중첩되면서 1,220원선 위로 고점을 높이는 등 급등했다.

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전일보다 11.90원 급등한 1,219.3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달러화는 장중 1,221.10원선까지 올랐다. 달러화가 1,220원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0년 7월 이후 5년7개월만에 처음이다.

감산 기대가 희석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선 아래로 재차 급락한 점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심리를 자극했다.

코스피가 1% 가까이 급락했고, 외국인투자자들도 2천억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닛케이 225지수가 3% 이상 폭락하고 홍콩H지수도 3%가량 내리는 등 아시아증시가 일제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 달러-위안(CNH)도 6.64위안대까지 오르는 등 재차 절하되는 흐름을 나타내며 달러화 상승 압력을 가중했다.

일본은행(BOJ)의 완화적인 스탠스로 국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도 강화되면서 달러 매수를 자극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이날 강연해서 "중앙은행의 완화 수단에 한계가 없다"며 "국채매입 확대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하는 등 완화적인 언급을 쏟아냈다.

북한이 오는 8일에서 25일 사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겠다고 공표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가세했다.

달러 매수 재료에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참가자들의 롱플레이가 집중됐고, 외국인 채권 순매도와 만기도래 물량의 역송금 수요도 가세하면서 달러화를 끌어올렸다.

외환당국은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나섰지만, 거침없는 역외 매수에 레벨을 물리며 1,220원선으로 후퇴해 방어선을 쳤다.

◇4일 전망

딜러들은 달러화가 1,215원에서 1,225원선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딜러들은 유가 하락 등에 기인한 위험회피 심리에 달러화의 주요 저항선도 돌파되면서 상승 시도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들은 당국의 상단 방어 강도에 따라 달러화의 상승폭이 결정될 것으로 진단했다.

A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당국 스무딩에 1,220원선 아래로 되밀렸고, 막혔고 심리적인 부담감도 적지 않은 레벨이지만 달러화의 상승을 이끌 재료들이 여전한 상황이다"며 "네고 물량도 추가 상승을 기다리며 뒤로 물러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달러화가 1,200원선을 지지선으로 상승 추세를 굳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설연휴 이전까지 1,220원선 저항력이 유지될 수 있지만, 연휴 기간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도 반영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B시중은행의 한 딜러도 "역외 매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가 관건인데, 자금이 꾸준히 나가고 일본의 완화 위안화 약세 등을 감안하면 달러 매도할 상황은 아니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것 같다"며 "결국 당국의 대응강도에 달러화의 추가 상승 여부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C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주말 발표될 중국의 외환보유액 감소에 대한 우려 등으로 역외에서 위안화 약세에 대한 베팅이 강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중국 위험에 기댄 달러 매수 심리가 팽배한 가운데, 주가도 하락하는 등 여러가지 요인이 겹치면서 달러화가 급등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이 스무딩을 하고 있지만, 쉽게 막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보인다"며 "1,220원선 상향돌파 시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증시나 유가, 위안화 등 기존 달러화 상승 요인에 변화가 있어야 상승압력이 완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중 동향

달러화는 유가 하락으로 역외 환율이 상승한 점을 반영해 전일보다 6.60원 오른 1,214.00원에 출발했다.

달러화는 장초반 역외 매수에도 당국 스무딩에 대한 경계감 등으로 1,215원선 부근에서 등락을 유지했다.

달러화는 하지만 정오께 달러-위안이 상승폭을 확대하자 역외 매수 강도가 세지면서 빠르게 반등했다. 역외 매수와 은행권 숏커버, 주식 및 채권 순매도에 따른 역송금 수요 등이 가세하면서 달러화는 장중 1,220원선도 넘어섰다.

당국이 1,220원 방어 스무딩에 나서면서 종가는 소폭 반락해 형성됐다.

이날 달러화는 1,212.70원에 저점을 1,221.10원에 고점을 기록했다. 시장평균환율은 1,216.70원에 고시될 예정이다. 현물환 거래량은 한국자금중개와 서울외국환중개를 합쳐 106억8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84% 하락한 1,890.67포인트에 마감했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천937억원어치 순매도했고, 코스닥에서 278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서울환시 마감 무렵 달러-엔 환율은 119.61엔을, 엔-원 재정환율은 100엔당 1,019.48원을 나타냈다. 유로-달러 환율은 1.0913달러에 거래됐다.

원-위안 환율은 전일 대비 1.10원 상승한 1위안당 183.60원에 장을 마쳤다. 원-위안은 장중 183.82원에 고점을, 183.10원에 저점을 기록했다.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를 합쳐 134억3천900만위안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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