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따라 다시 소송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4일 삼성전자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팀 쿡 애플 CEO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난 21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특허협상을 벌였지만, 구체적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번 협상은 조셉 C. 스패로 판사의 중재 하에 총 16시간 넘게 진행됐지만, 양측은 서로 주장만 되풀이했을 뿐 크로스라이센스(상호 특허인정) 등 구체적인 합의를 끌어내지는 못했다.

특히 애플은 이 중재 기간에도 삼성의 '갤럭시탭 10.1'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산호세 법원에 추가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소송을 이어갈 뜻을 내비쳤다.

사실 이번 협상 결렬은 이미 어느 정도 예고됐다는 관련 업계의 평가다.

협상 자리 자체가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의 권고에 따라 마련된 만큼, 양사의 적극적인 협상자세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삼성과 애플이 진행 중인 특허소송에서 아직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1년 넘게 전 세계 10여 국에서 30여 건이 진행 중인 특허 소송전에서 삼성과 애플은 '8대 10(항소심 등 모든 판결 기준)'의 전적을 기록 중이다.

특히 양사 모두 상대의 공격은 많이 막아냈지만, 자사의 특허를 바탕으로 시도한 공격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자사의 특허권을 주장해 로열티를 받아낼 구실에 아직 부족한 것이다.

이처럼 양측 모두 소송전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소송을 통한 간접적인 '홍보 효과'는 볼 수 있었다. 시끄러운 소송전을 통해 양측이 모바일 시장에서 주도권을 다투는 선두 업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삼성과 애플로서는 굳이 지금 특허전을 끝낼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양측의 소송전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허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글로벌기업 간 특허협상은 어느 한 쪽이 소송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고 나서 진행된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삼성과 애플은 아무도 주도권을 잡지 못한데다, 소송전을 통한 홍보 효과도 크기 때문에 소송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도 지난 23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2 이노비즈 글로벌 포럼'에서 "삼성과 애플 모두 돈이 많은 회사라 특허소송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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