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세계 경제에 퍼펙트 스톰이 본격적으로 몰려오고 있다. 동시다발적인 악재가 한꺼번에 터지며 국제금융시장이 들썩인다. 엔화 강세와 일본 증시 폭락, 국제유가 폭락과 미국 증시의 동반 하락, 위안화 평가절하 우려 속 중국과 홍콩증시의 폭락 등 글로벌 가격변수들이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불안은 은행 등 금융계의 부실을 동반한다. 최근 문제가 된 도이체방크는 중국과 석유 회사에 대한 리스크 관리 실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신용도가 떨어지다 보니 대출의 질도 악화돼 은행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은행주가 폭락하는 데엔 이러한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나라별로 봐도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남미, 아시아 등 신흥국까지 안전한 나라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어수선하다. 세계 경제는 이미 시장의 힘만으로는 자율적인 회복이 어려운 '시장의 실패' 단계에 들어선 것같다.

시장의 실패를 복구할 수 있는 건 정부의 개입이지만, 정부의 개입도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이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 일본은 최근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으나, 정작 일본 경제는 정책 당국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양상에 빠져들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엔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함이었지만 엔화는 오히려 가파른 강세다. 일본 주식시장도 폭락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한때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에 10년간 돈을 빌려주면서도 이자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기막힌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앞서 유럽중앙은행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으나 경제회생은커녕 오히려 은행의 부실만 자극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럽 경제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잘못된 시그널만 시장에 줬을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최근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언급하는 등 세계 주요국이 마이너스 금리를 주요 정책 카드로 고려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나 시장을 오히려 불안에 빠뜨리는 역효과만 내고 있다. 시장의 실패에 이은 명백한 정부의 실패다.

각국의 잇따른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글로벌 정책 공조보다는 경쟁적 환율 절하의 모양새를 띤다는 점도 세계 경제에 부담요소다. 주요국의 경기회복이 세계경제에 기여한다는 각론은 유효하지만, 총론적으로 각국의 환율전쟁을 유발하기 때문에 정책 공조의 가능성을 더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된다.

오는 26~2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릴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는 글로벌 정책 공조가 가능할지 점검해보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등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의미있는 정책공조가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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