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다정 기자 = 중국의 1월 수출입지표가 시장의 예상과 달리 크게 부진했던 것은 원자재 가격 약세뿐만 아니라 중국으로부터의 자금이탈이 영향을 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달러화를 기준으로 한 중국 1월 수출은 1천774억7천500만 달러(214조9천733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2% 감소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1.8%↓)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중국 성장 둔화를 시사하는 충격적인 결과다.

수입도 1천141억8천800만 달러로 18.8%나 줄어들었다. 당초 시장은 3.6% 감소를 예상했었다.

국내 전문가들은 16일 수출입 지표가 부진했던 주요 원인으로 원자재 가격 약세에 따른 수출 단가 하락과 자본 유출을 꼽았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입 감소폭이 커진 것은 중국에서의 자본 유출 탓이라고 추정했다.

특히 홍콩으로부터의 수입이 급증한 것은 자금 유출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홍콩에서의 수입은 지난해 12월 전년동기보다 64.5% 증가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108.1%나 급증했다.

박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외환거래를 규제하고 있다 보니 기업들이 홍콩으로부터의 수입을 과대 계상해 자금을 홍콩으로 유출시켰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반대로 과거 중국으로 단기 투기성 자금인 핫머니가 유입됐을 때는 기업들이 수출 금액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자금을 중국으로 들여오곤 해 정부가 규제에 나선 바 있다.

박 연구원은 또 "환차익을 노린 투기 세력의 거래가 중국 당국의 단속아래 줄어든 점도 무역수지를 악화시킨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12월 중국에서 홍콩으로의 수출 규모가 크게 확대됐을 때 환투기 세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홍콩과 중국에서의 위안화 환율 격차가 확대된 가운데 이를 이용해 투기성 수익을 올리려는 세력들이 가짜 수출입 송장을 통해 자금을 이동시킨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홍콩으로의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10.8% 급증했다가 올해 1월에는 2.6% 감소했다.

작년 12월부터 역내와 역외 위안화 환율 격차가 확대되면서 올해 초 중국당국은 위안화 환투기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이후 위안화 역내외 환율 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박 연구원은 "중국에서의 자본 유출과 원자재 단가 하락 등은 1월 수출입 지표뿐만 아니라 2월 지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1월 수출의 큰 폭 부진에 큰 의미를 두긴 어렵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월 중국의 수출입 부진은 중국 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중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이는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추가 하락 탓이 가장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수출이 회복되려면 원자재 가격 반등이 선행해야 한다"며 "따라서 수출 부진이 반드시 중국 성장률 하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1월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중국 경제의 경착륙 전망은 과도하다"며 "올해 중국 경제는 기존 전망 대로 6.5∼6.8%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d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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