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다정 한종화 기자 = 올해 1월 중국 은행들의 신규 위안화 대출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면서 그동안 자본 유출에 따른 유동성 부족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인민은행은 올해 1월 중국 은행들의 신규 위안화 대출 규모가 2조5천100억위안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작년 12월 5천978억위안을 크게 웃돌았을 뿐 아니라 시장 예상치인 1조9천억위안도 앞질러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이다.

이에따라 1월 총 자금조달 규모도 3조4천200억위안으로 예상치인 2조2천억위안을 크게 웃돌았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7일 "그동안 중국에서의 자금 유출로 유동성 부족이 우려됐다"며 "그렇지만 1월 신규대출이 많이 늘어나고, 통화량 증가율도 높아져 유동성 지표는 호조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신규 위안화 대출의 세부항목을 보면 일반기업(금융과 정부 기관 제외)을 대상으로 한 대출이 급증했다.

일반기업 신규 대출은 작년 월평균 6천150억위안이었는데 올해 1월에만 1조9천400억위안을 기록했다.

박 연구원은 "최근 외화 단기 대출이 빠르게 감소하며 중국 기업들의 자금난이 우려됐다"며 "그러나 위안화 신규 대출이 급증하면서 중국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좋아졌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1월 중국 가계의 신규 위안화 대출도 6천75억위안으로 작년 월평균인 3천225억위안을 웃돌았다.

박 연구원은 "가계 대출의 경우 부동산시장 부양책에 힘입어 주택구매가 늘어난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주택 모기지 대출은 지난해 4분기에 전년동기대비 23.1% 늘어나면서 증가 폭이 확대됐다.

여기에다 시중통화량(M2)도 전년동기대비 14%나 증가하면서 이전치(13.3%)와 예상치(13.5%)를 뛰어넘었다.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통화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박 연구원은 "중국에서의 자금 유출이 최근 금융시장에 우려 요인 중 하나였던 만큼 중국의 유동성 여건이 우호적이라는 점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중국 경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단기적인 관점에서 중국 경기가 상반기 반등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지만 이 같은 신규 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장기적으로는 상업은행의 무더기 부실을 낳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줄리안 에반스 프리차드 캐피털이코노믹스(CE) 이코노미스트는 "신규 대출 증가는 단기적으로는 소비를 진작시키는 등 경제를 지지하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장기 관점에서는 부채를 양산시켜 기업 뿐만 아니라 은행권의 대단위 부도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은행 대출의 위험신호도 이미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상업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NPL ratio)은 1.67%로 2009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란 은행의 총여신 중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로서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가격 기준 고정이하여신의 규모는 2006년 이후 최대다.

고정이하여신에 포함되지 않지만 불량대출로 변질될 가능성이 큰 대출이 전체 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3.79%이다. 이 대출과 고정이하여신의 비율을 합하면 5.46%로 높아진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이 두 종류의 대출금 증가규모는 1조2천200억위안으로, 이는 중국 은행들이 지난해 기록한 수익인 1조5천900억위안보다 단지 3천700억위안 적다고 설명했다.

최근 자산의 85%를 아시아 통화가 하락할 것으로 판단하고 선물시장에 투자를 한 것으로 유명한 미국의 헤지펀드 매니저 카일 배스는 중국 은행시스템이 붕괴하면 그 손실은 미국 서브프라임 당시 손실의 400%를 초과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은행권을 구하기 위해 인민은행이 찍어내야 할 돈이 10조위안(1천86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d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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