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최근 TV를 통해 내보내고 있는 기업광고 '항공우주사업편'의 장면>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대한항공이 올해 국내 인수ㆍ합병(M&A) 시장의 '대어(大魚)'로 꼽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인수하고픈 본심을 드러냈다.

최근 TV를 통해 방영을 시작한 30초 분량의 항공우주사업을 홍보하는 기업광고를 통해서다.

대한항공은 업종 특성상 TV 광고를 많이 하는 곳으로 국내 기업 가운데 상위권에 속하는 광고주다.

대한항공은 그간 국내외 여행지를 배경으로 자사의 노선과 여행정보 등을 제공하고 홍보하려는 목적으로 광고를 제작해 왔다.

자사의 사업과 관련한 것을 주제로 광고를 제작해 TV로 내보낸 적은 없었다.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광고의 콘셉트로 잡은 '항공우주사업' 편은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주제인 셈이다.

이처럼 기업광고를 제작한 것은 여객ㆍ화물 운송 항공사로서 강하게 굳어진 이미지를 탈피하고, 첨단 기술력이 필요한 항공우주사업이 핵심 주력사업이라는 점을 어필하고 싶었기 때문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풀이했다.

대한항공의 항공우주사업은 지난해 5천459억원의 매출에 12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실적만 보면 엄연히 항공운송사업과 함께 대한항공의 양대 핵심축이다.

그러나 항공우주사업의 사업적 특성상 일반인들에게 이러한 부분이 잘 드러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광고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비행기에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다. 하늘아래 첫번째 항공기도, 하늘넘어 첨단 우주기술도 우리의 하늘과 우리의 미래 대한항공이 열어가고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보여준 것도 그러한 점을 의식한 것이다.

1976년 국내 최초의 항공기인 500MD 헬기를 생산한 것과 1982년 최초의 국산 전투기인 제공호를 생산한 것, 차세대 무인항공기를 개발한 것 등을 주요 화면으로 배치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결국 이번 광고는 KAI 인수전을 앞둔 '전초전'의 성격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AI를 인수했을 때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이 자신들이라는 점을 자사의 항공우주사업 역사를 통해 강조하려고 한 것이다.

사실 그간 대한항공과 모그룹인 한진그룹은 KAI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여러차례 드러낸 바 있다. 실제 인수 협상을 여러차례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KAI 인수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고 조건만 맞는다면 기꺼이 인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장(전무)도 이달 초 한 행사에서 "(KAI는) 인수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면서 큰 관심이 있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KAI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삼성ㆍ현대차ㆍ현대중공업ㆍ한화 등과 비교해 자금력에서 밀리고 있는 점은 대한항공의 숙제다.

조 회장이 "조건이 맞아야 한다"고 한 것이나, 조 본부장이 "가격이 너무 비싸 망설이고 있다"고 말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KAI 대주주인 정책금융공사는 주주협의회 소속 기업인 삼성테크윈ㆍ현대차ㆍ두산과 함께 올해 안에 지분 40% 이상을 매각하겠다고 공식화하고 매각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24일 기준 KAI의 시가총액은 2조5천928억원. 최소 매각 지분인 40%를 인수하려면 1조371억원이 필요하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인수가격이 1조3천억∼1조5천억원대까지 오를 수도 있다.

한진그룹이 KAI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유력한 인수주체가 될 것으로 보이는 대한항공의 작년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1조4천657억원이다.

이에 반해 단기차입금 1조원, 회사채 잔액 2조4천415억원, 장기차입금 잔액 2조3천억원,리스부채 잔액 4조4천595억원 등 부채는 14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만기도래 회사채와 장기차입금, 리스부채 등 올해안에 상환을 계획하고 있는 돈만 3조7천627억원이다.

KAI를 인수하려면 외부 차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창출 능력에 비해 차입금 부담이 과중한 수준이란 지적이 계속해 나오는 것도 부담이다.

pisces738@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