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요즘 국제금융계는 마이너스 금리가 화두다.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에서 먼저 시작한 마이너스 기준금리가 스위스, 유럽중앙은행(ECB) 등 유럽 전역으로 번지고 마침내 일본까지 옮겨왔기 때문이다. 미국도 연방준비제도(Fed)를 중심으로 마이너스 기준금리 얘기를 부쩍 입에 많이 올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빅3'로 통하는 주요 선진국들 사이에 마이너스 기준금리가 유행하는 건 그만큼 세계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 있다는 의미다.경기부양 수단이 바닥난 선진국들이 고육지책으로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려야 할 만큼 경제상황이 어렵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환율을 자국에 유리하게 만들어 다른 나라보다 우위에 서려는 포석도 작용한다.

ECB가 2014년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시행해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리는데 성공하자, 일본은행도 최근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해 엔화가치를 떨어뜨렸다. 유럽과 일본이 장군멍군 식으로 경쟁적 환율전쟁을 하는 모양새다. 유럽과 일본 모두 마이너스 금리 도입 전에 자국 통화가치가 급등했다. 일례로 최근 엔화는 1달러당 111엔대까지 올라 작년 하반기 120~125엔대에서 가치가 크게 높아졌다. 환율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를 경우 유럽과 일본은 기준금리를 더 내릴 가능성이 있다. 당장 ECB는 3월 회의에서 추가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작년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미국이 최근 마이너스 금리를 언급하는 것 역시 달러 강세 압력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선진국들의 환율전쟁이 신흥국들에 큰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선진국의 통화가치가 경쟁적으로 떨어지다 보니 아시아와 중남미 신흥국들은 상대적으로 통화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다. 호주의 경우 중앙은행이 직접 나서 주요국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호주달러가 오르고 있다는 점에 불만을 표시했다. 통화절상 압력을 받는 인도네시아는 최근 두달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선진국의 환율전쟁 피해가 고스란히 신흥국에 전이된 셈이다.

신흥국 입장에서도 금리인하 등 환율대책이 불가피한 것으로 점쳐진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과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 등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현재 기준금리가 7%로 높기 때문에 추가 금리인하 여지가 크다고 예상했다.

이러한 세계 금융환경은 공조를 어렵게 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환율전쟁과 세계공조는 양립할 수 없는 명제여서다. 오는 25~26일 상하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회의는 이를 판가름할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각국이 경쟁적 환율 절하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고 G20 성명에는 어떻게 평가해 반영할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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