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治大國若烹小鮮(치대국약팽소선).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生鮮)을 삶는 것과 같이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뜻으로,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경구다. 살이 허물어지기 쉬운 작은 생선을 삶듯이 백성을 아껴야(嗇)하며 법률이나 규정 등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보다 관용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약팽소선이라는 줄임말로도 통용되는 경구가 '13월의 보너스'라는 연말정산 시즌을 맞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직장인 등 일반 서민들에 대한 과도한 납세부담과 맞물리면서 정부가 국민을 너무 우악스럽게 다룬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다.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 형태로 바뀐 직장인의 연말정산 시스템은 약팽소선의 실패 사례 가운데 하나다. 국민적 공감대가 없는 증세 효과로 이어져서다.

중산층인 4천600만~8천800만원대의 봉급생활자들이 증세의 집중 타깃이 됐다. 해당 봉급생활자들이 1천만원의 교육비를 지출했을 경우 소득공제를 받으면 240만원의 경감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세액공제를 받으면 150만원만 경감된다.

미혼 직장인에 부과되는 이른바 싱글세도 증세 논란을 증폭시킬 수 있다. 특별공제에 해당하는 의료비·보험료·교육비·기부금 등에서 해당사항이 없는 근로자에 주는 표준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돼 미혼 근로소득자의 세부담 증가가 확실시되서다.

3천만원~4천500만원대의 직장인들도 50~150만원 가량의 공제가 축소된다. 근로소득공제율을 15%로 늘렸지만 1,500만원 이하 공제율이 누진되기 때문이다. 연봉이 3천만원인 경우 평균 157,500원의 증세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점쳐진다.

정부는 지난해 담배 가격을 한 갑당 2천500원에서 4천500원으로 두배 가까이 올렸고 세금도 1천550원에서 3천318원으로 올려 받았다. 간접세 성격인 건강증진세 증액으로작년 한해 담배세수는 10조5천34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6조9천372억원에 비교해 51.3%(3조5천608억원) 증가했다.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4조1천억원 가량 흑자를 기록했다. 담배세수가 늘지 않았다면 흑자폭이 상당부분 줄었을 것이다.

정부는 사실상 증세를 하고도 여태까지 국민을 상대로 양해를 구하거나 제대로 된 설명을 한 적이 없다. 증세를 하더라도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게 우선이다. 납세자들은 세금이 늘었다고 느끼는 데 정부만 증세가 아니라고 한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백성이 통치에 염증을 느끼는 사례를 소개했다. 다언찰찰(多言察察)이 약팽소선과 반대편에 있는 통치방식이다. 백성을 아끼지 않고 너무 많은 말로 일일이 가르치려하거나 귀찮을 정도로 살핀다는 의미다.

현정부의 통치 방식이 '약팽소선'인지 '다언찰찰'인지 연말정산 시즌을 맞아 당국자들이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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