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인니 진출로 亞 최고증권사로 도약 선언



(하노이=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베트남 현지법인(KIS Vietnam·이하 KIS베트남)을 연내 'TOP 5' 증권사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설의 제임스'로 불리며 해외 비즈니스에 남다른 두각을 나타내 온 유 사장은 베트남에서 또 다른 전설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지난 20일 베트남 현지 법인이 있는 하노이에서 만났다.

유 사장은 "올해 KIS베트남을 업계 5위권 증권사로 성장시킬 계획"이라며 "추가 지점 신설과 영업인력 확장, 사업영역 확대 등 전방위적인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이 2010년 12월 베트남 증권사 EPS(Empower Securities Corporation)를 인수해 설립한 KIS베트남은 지난해 베트남 현지에서 업계 10위권 증권사로 도약했다.

유 사장은 증권업계 베트남 시장 개척자로 손꼽힌다. 베트남을 향한 그의 꿈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우증권 런던법인에서 근무할 시절이다.

그는 "99년까지 런던에서 일하며 외국인들이 이머징 마켓이던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돈을 버는지 유심히 살폈다"며 "당시 스스로에게 준 과제로 우리가 어디서 런던과 같은 선진금융을 선보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기 2000년 8월 주식시장 개설을 앞둔 베트남이 눈에 보였다"고 회고했다.

베트남을 향한 꿈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메리츠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유 사장은 그해 12월 베트남으로 떠났다. 상장 종목 13개뿐인 이머징 국가에 출장을 가겠다는 그에게 당시 사장이던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장이 왜 가느냐고 물었지만, 유 사장은 다녀오고 나서 말씀드리겠다는 대답만 남긴 채 무작정 베트남 출장길에 올랐다.

유 사장은 "직접 보니 베트남 시장은 30년 후에 되는 나라였고, 그 길로 베트남 석 자를 머리에 넣었다"며 "베트남을 향한 아이디어가 그렇게 조금씩 구체화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베트남을 향한 도전은 쉽지 않았다.

2006년 한국투자증권이란 둥지에서 업계 최초로 베트남 펀드를 선보이며 청사진을 그렸지만, 이듬해 찾아온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익률은 고꾸라졌다. 비슷한 시기 현지 금융회사 인수도 추진했지만, 가격과 시기가 맞지 않았다. 당시 베트남 현지 금융회사를 비싼 값에 인수해 소위 '쪽박'을 찬 일본의 금융회사들도 많았다.

그렇게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던 유 사장은 2010년 현지 70위권의 EPS라는 작은 증권사를 인수했다. 베트남 자본시장법상 49% 이상의 지분을 가질 수 없었지만, 금융당국을 설득하고 인내했다. 그 결과 베트남 금융당국은 예외적으로 외국인투자지분 한도 증자를 승인했고, 한국투자증권은 KIS베트남 지분을 92.3%까지 끌어올렸다. 그간 베트남에서 쌓아온 신뢰 덕분이었다.







<그림설명: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사장과부 방(Vu Bang) 베트남 하노이 국가증권위원회(SSC) 위원장>



유 사장은 "해외 금융회사 인수에서 경영권과 주주 간 이슈는 가장 클리어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절대로 법을 함부로 어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돈을 조금 적게 벌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곡차곡 신뢰를 쌓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외적 성장만큼이나 경영권 안정화를 통한 내적 성장을 갖추려면 금융당국과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하고 그래야 장기적인 도전을 이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사장에게 해외 사업은 반드시 그 나라의 경제 성장과 함께 진화하는 금융시장 간 '결혼'의 개념이다. 한국투자증권이 베트남 금융당국과 10년 넘게 교류를 이어오고 베트남 현지에서 사회책임활동(CSR)을 지속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은 금융상품이 전무한 베트남에 신상품 교육은 물론 우리나라의 증권 제도를 전파하고 있다. 교통안전 캠페인과 고아원·직업학교 장학사업, 여기에 우수고객 및 직원의 한국방문까지 매년 이어가고 있다.

유 사장은 올해 호찌민과 하노이에 각각 한 개의 지점을 추가로 신설하고 영업 인력 200명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 브로커리지에 집중된 사업은 주식과 채권 인수를 비롯해 현지기업 인수합병(M&A) 자문, 채권중개업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투자증권에서 베트남 진출 계획을 세울 때 짧게는 30년, 길게는 50년을 보고 계획을 세웠다"며 "이제 준비기간을 포함해 10년, 본격적으로 진출한 지 5년인데 1단계를 막 지난 셈"이라고 말했다.

유 사장은 "올해 TOP 5에 진입한다면 2단계가 시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베트남 자본시장에 기여하면서 베트남이 사랑하는 증권사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그는 베트남에 이어 인도네시아를 향한 포부도 드러냈다. 유 사장과 한국투자증권에 인도네시아는 두 번째 베트남이다.

그는 "해외 시장에서 성공 모델을 만들어내면 다른 신흥 시장에 이식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베트남의 성공 DNA를 인도네시아에 도입해 아시아 최고의 증권사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증권 인수전 참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의 지주회사인 한국금융지주는 지난 12일 현대증권 매각 참여를 위한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뒤 실사에 돌입한 상태다.

유 사장은 "아직 중간보고도 받지 않아 아는 바가 없고 결정된 것도 없다"며 "다만 증권사 인수합병(M&A)은 리테일 고객을 산다는 관점에서 봤을 때 현대증권은 좋은 매물이다"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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