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대한 우려가 깊은 가운데 투자자들에게는 미국 국채 외에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채권왕' 빌 그로스가 진단했다.

채권펀드 핌코의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인 그로스는 24일(미국시간) CNBC에서 "이른바 지저분한 시트 중에서 가장 깨끗한 것(cleanest dirty sheet)인데, 현재 상황에서 이는 미국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10년 만기 미 국채의 현재 수익률이 1.75%로 틀림없이 과대평가됐지만 위기 시에는 가치가 상승하거나 최소한 가치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로스 CIO는 올 연말 미국에 '재정 절벽(fiscal cliff)' 상황이 초래될지도 모른다는 위험이 있는데도 투자자들이 주식과 상품 등 위험자산에서 빠져나와 미 국채로 계속 몰려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정 절벽'은 연말에 부시 행정부 때의 세금 감면혜택과 급여세 감면조치가 만료고 내년부터 자동적인 지출 감축이 시작돼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주는 상황을 의미한다.

유로존 재정 위기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는 가운데 전통적인 안전자산이었던 금은 매력을 잃고 있다.

그로스 CIO는 현재 위기가 과도한 부채와 디레버리징의 관점에서 보면 글로벌 위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리스는 현재 위기의 최전선에 있을 뿐이다. 투자금이 중심으로 이동하고 디레버리징이 계속되는 현상이 금 가격과 유가, 주가, 위험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게 될 경우 질서있는 디폴트(채무불이행)일지 무질서한 디폴트가 될지에 대한 전망은 제시되지 않았다.

그로스 CIO는 다만 그리스가 내달 열리는 2차 총선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리스의 운명이 꼭 투표함에서만 결정될 것이라 할 수는 없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유로화가 고갈될 때 결정된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그렇게 되면 언젠가 유로존 탈퇴가 필요해질 것이며, 긴 주말이 있다면 질서있는 디폴트가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my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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