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밤에 누우면 잠이 안 옵니다. 내가 정말 신문에 난 것처럼 그런 사람인가, 내가 정말 그랬나 하는 생각에요".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25일 직접 만난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속상하다", "후회된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자신에 관한 기사를 접할까 무서워서 이제 신문이나 인터넷도 보지 않는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3월 47년 금융인생을 스스로 마감했다. 하나금융 이사진으로 구성된 경영발전보상위원회(경발위)가 여러 차례 붙잡았지만 "박수받을 때 떠나게 해달라"며 뿌리쳤다.

그런 김 전 회장이 큰 위기에 부딪혔다. 스스로도 "그냥 넘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9월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을 만났고, 하나금융 계열 하나캐피탈이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은 미래저축은행이 금융위원회의 2차 저축은행 구조조정으로 퇴출될 것이라는 얘기가 돌던 때다.

미래저축은행은 하나금융의 증자 결정으로 퇴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증자 참여 대가로 금품을 받았을 가능성과 하나캐피탈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를 수사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일단 미래저축은행 증자 참여를 검토하도록 지시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또 증자 참여는 철저하게 상업적인 판단에서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김 전 회장은 "담보를 이중삼중으로 설정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금품 수수나 압력 행사 가능성은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돈을 받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하나금융 후배들에게도 항상 정직을 강조해온 내가 그럴 수 있겠나. 하나금융이 위에서 지시한다고 부당한 일을 하고 그런 조직도 아니다"고 말했다.

김찬경 회장을 만난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누구에게 소개받았는지는 함구했다.

김 전 회장은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게 소개받지 않았다. 그러나 누구에게 소개받았는지는 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다. 검찰에서 말하겠다"고 했다.

김찬경 회장을 떠올릴 때마다 김 전 회장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김 전 회장은 "김찬경 회장과는 전화하고 식사하고 그런 사이도 아니다"며 "밀항을 할 정도의 수준이라는 게 한탄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났다는 사실 자체가 모두 제 불찰이다"며 "그때는 부담이 없으리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런(만나는 것) 걸 왜 했나 싶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냥 넘어가지 못할 일이라는 걸 알고 있으며 검찰에 가서 사실대로 다 말하겠다"며 "빨리 수사가 매듭지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빠른 수사 진척을 바라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사장직을 맡은 하나고등학교가 내년 2월 첫 졸업생을 배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곧 수시 전형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 대학 보내는 문제 때문에 한창 바빠질 시기에 이런 일이 터져서 속상하다"고 했다.

신문이나 인터넷에 나는 자신에 대한 기사는 일절 보지 않는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보면 속상할까 무서워서 안 본다.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기사가 났는지)얘기만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전 회장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전해 들은 자신에 관한 오해에 대해 강하게 항변했다.

그는 "하나캐피탈 사장이었던 김종준 씨를 미래저축은행 증자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하나은행장으로 승진시켰다는 얘기까지 돌더라"며 "은행장이 그렇게 쉽게 될 수 있는 자리도 아니고, 김 행장은 업무 능력이 탁월하고 신망이 높아서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 "가장 화가 나는 것은 이번 일이 내가 'MB(이명박 대통령)친구'기 때문에 벌어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고 토로했다. "상관도 없는 사람을 갖다가…"라고도 했다.

그는 "이번 일이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마무리돼도 걱정이다"며 "혐의가 없다고 밝혀져도 'MB 친구'라 봐줬다는 얘기가 분명히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사무실이 마련된 하나금융 본사나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일선에서 물러나고도 경영에 개입한다는 오해를 사기 싫어서다. 그가 평소 흠모하던 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이 지난 3월 하나금융이 주최한 '드림소사이어티 강연회'에서 강연했지만 역시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이사장으로 있는 하나고등학교나 미소금융 중앙재단에 주로 출근한다. 김 전 회장은 하나고 이사장직을 언제까지 맡을 계획이냐는 질문에 대해 "아이들을 보면 에너지를 얻는다. 학교에서 나가라고 할 때까지 있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 일로 아이들 보기가 제일 민망하다"고 했다. "젊은 아이들이라 이사장이 무슨 비리에 연루된 것처럼 알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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