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우리 경제가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나빠지고 있다. 가계부채가 1천200조원을 넘어서고 기업들의 돈벌이도 신통찮아 빚쟁이 경제구조가 고착화될 조짐까지 보인다. 가계부채의 질도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향후 더 큰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나라 전체의 돈벌이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은 재고증가 등으로 눈속임 현상을 강화한다. 수출 중심의 제조업에서 번 돈으로 여기까지 온 우리가 지난해에는 장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잔뜩 빚만 진 꼴이다.



◇하우스푸어 대책 덕분 가계부채 1천200조…희화화된 경제정책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말 가계신용잔액은 1천207조원로 전년에 비해 122조원이나 늘었다. 가계신용은 가계대출과 함께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합친 금액이다. 가계가 진 빚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통계다.

가계신용은 지난해 1분기 13조원, 2분기 33조2천억원, 3분기 34조4천억원에 이어 4분기엔 41조원 늘었다. 부채의 절대규모보다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 더 걱정이다.

문제는 가계부채가 하우스푸어 대책으로 폭주기관차처럼 늘었다는 점이다. 하우스푸어는 집을 보유하고 있지만 과도한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빈곤하게 사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원리금 상환이 과도하면 보유 자산의 처분 등으로 부채 조정을 해야 마땅한 해법이다.

하지만 정부는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가계부채 문제를 부채 증가로 풀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강남 등 일부 지역 집값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전임 부총리인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과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의 합작품이다. 두사람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 비율(DTI) 상향조정과 저금리 정책을 동시에 주도하면서 경제정책을 희화화했다는 지적까지 받는다. 가계부채로 촉발된 하우스푸어 문제를 가계부채 폭증으로 풀려고 했다는 이유에서다.



◇재고증가율에 눈감는 정부와 경제 전문가들

제조 기업들은 물건을 제대로 팔지 못해 재고가 급증하고 있다. 탄광의 카나리아처럼 경고 메시지를 보내야할 경제부처와 전문가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애써 외면하는 듯한 인상까지 풍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2.6%에서 재고가 기여한 부분이 1.1% 포인트에 이른다. 재고 증가가 경제성장률을 올린 것처럼 눈속임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재고를 빼면 지난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1.5%에 그쳤다는 의미다.

기업의 재고 급증은 재앙이 될 수 있다. 기업이 곧 생산을 줄이고 투자와 고용이 위축된다는 시그널이어서다. 생산증가가 경기회복 지연으로 이어지면 다시 재고가 증가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완성된다.

이미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완성될 조짐이 있다. 지난해 11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7%로 2009년 4월(72.4%) 이후 6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재고가 쌓이자 쉬는 공장이 늘었다는 의미다.

재고지수를 출하지수로 나눠 재고의 향후 추세를 가늠할 수 있는 재고율지수는 더 암울하다.

지난해 재고율지수는 한 번도 120 아래로 내려서지 못했고8월에는 129.6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129.9) 이후 6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재고가 획기적으로 소진될 기미도 없다. 나라 전체로 보면 장사는 안되는 데 빚만 자꾸 늘어가고 있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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