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총재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 일축…시장에 역효과

유로-달러, 1.1177달러로 투빅 가까이 급등



(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10일(미국시간)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대규모 통화완화 정책을 단행했음에도 추가 금리인하 기대가 약화한 데 따라 혼조세를 나타냈다.

다우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약보합으로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만 간신히 턱걸이로 상승 마감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통화정책 발표 후 가진 기자 회견에서 추가 금리인하가 필요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혀 시장 심리에 악영향을 끼쳤다.

유로화도 드라기 총재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일축한 영향으로 미국 달러화와 엔화에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번 양적완화 정책이 만장일치로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유로화 급등의 재료로 작용했다.

이날 유로화는 통화정책 발표 이후 1.0821달러까지 급락했으나 드라기 총재의 실망스러운 발언 이후 1.1217달러까지 급반등하는 극심한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미국 국채가격은 견조한 입찰 수요에도 불구하고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독일 국채가격 하락과 ECB 금리인하 폭에 대한 실망이 미국 국채가격 하락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10년만기 국채금리는 연 1.927%를 기록해 지난 2월1일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뉴욕유가는 공급 과잉 우려가 지속한 가운데 주요 산유국들의 동결 합의를 위한 일정이 잡히지 않은 데 따른 실망감으로 떨어졌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18% 낮아진 37.84달러에 마쳤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오는 20일 산유량 동결을 위한 모스크바 회동이 어려울 수 있다는 소식이 유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ECB는 이날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인 '레피(Refi)' 금리를 '0.0%'로 5bp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CB는 또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하루 동안 돈을 맡길 때 적용되는 예금금리를 마이너스(-) 0.30%에서 -0.40%로 0.10%포인트 내리고 월간 자산매입 금액을 800억 유로로 현행보다 200억 유로 확대하기로 했다.

매입 대상 자산에는 기존 국채와 커버드본드, 자산유동화증권(ABS), 유럽 기관채에 더해 투자등급의 비은행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도 추가하기로 했다.

또 실물경제에 대한 대출을 촉진하기 위해 4년 만기의 목표물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을 오는 6월부터 2차로 가동하기로 했다.

드라기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상황이 앞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전제를 달기는 했으나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만장일치가 아닌 대부분의 위원들이 이날 결정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기 총재는 완만한 속도의 경제 회복을 기대한다며 올해 유로존 성장 전망을 1.4%로 지난해 12월 예상치였던 1.7%에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 전망치도 기존 1.9%에서 1.7%로 낮췄다.

◇ 주식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23포인트(0.03%) 하락한 16,995.1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0.31포인트(0.02%) 상승한 1,989.5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2.22포인트(0.26%) 내린 4,662.16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지수는 ECB의 적극적인 완화 정책에 힘입어 상승 출발했지만, 장중 하락세로 돌아섰다. 장 막판 S&P 500 지수가 반등했으나 상승 폭은 미미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통화정책 발표 후 가진 기자 회견에서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시장은 ECB 통화정책과 드라기 총재 발언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업종별로는 소비와 에너지, 헬스케어, 소재주 등이 상승했고, 금융과 산업, 기술 등의 업종은 내렸다. 업종별 등락폭은 대체로 0.5% 이하를 기록했다.

미쉴러 파이낸셜그룹의 래리 페루치 매니징 디렉터는 드라기 총재 발언이 ECB 정책의 긍정적인 영향을 상쇄한 데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며 "증시 상황은 (ECB 정책이 발표되기 전인) 이번 주 초와 같은 상황으로 다시 돌아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장 참가자들이 ECB가 2~3차례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며 드라기 총재 발언이 시장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평가했다.

개장 전 발표된 미 고용지표는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5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실업보험청구자 수는 시장 예상치를 대폭 밑돌면서 지난해 10월 중순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 수가 1만8천 명 감소한 25만9천 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마켓워치 조사치 27만5천 명을 하회한 것이다.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일보다 1.42% 하락한 18.08을 기록했다.

◇ 채권시장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오후 3시(미 동부시간) 기준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만기 국채가격은 전날보다 14/32포인트 낮아졌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3.5bp 오른 연 1.927%로 지난 2월1일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3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2.3bp 상승한 2.699%를 보였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전날보다 2.4bp 높아진 0.926%로 지난 1월11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ECB가 예상을 상회하는 파격적 완화책을 내놔 독일과 미국 국채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그러나 드라기 ECB 총재가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한 데다 이번 결정이 만장일치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 국채가격이 반락했다.

여기에 부양책이 발표된 데 따른 일부 거래자의 이익실현 매물 역시 독일 국채가격 하락을 부추기며 미 국채가격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5주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3주 만에 최고치로 급반등하는 등 극도로 불안정한 모습을 나타냈다.

일부에서는 ECB의 예금금리 인하폭이 예상 수준인 20bp가 아닌 10bp에 불과한 것도 국채가격에 부정적이었다고 풀이했다.

이후 국채가격은 30년만기 국채입찰을 앞두고 좁은 폭에서 등락했다.

이날 재무부는 120억달러 어치의 30년만기 국채를 입찰했다. 입찰 뒤 국채가격은 강한 수요에 힘입어 낙폭을 소폭 줄였다.

낙찰금리는 연 2.720%였다. 입찰 수요 강도를 나타내는 응찰률은 2.33배로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해외 중앙은행 등 간접입찰자들의 낙찰률은 60.9%로 최근 평균인 57%를 상회했다.

직접 입찰자들의 낙찰률은 12.0%로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최근 평균은 11%였다.

이날 10년만기 독일 국채수익률은 전날보다 6.5bp 오른 0.309%로 1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ECB가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통화완화책을 내놓았다면서 그러나 최근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이 물가 상승과 경기 회복을 견인하지 못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위험자산 매수 회피 심리로 뉴욕과 유럽 증시가 약세를 보였으나 독일 국채가격 하락과 금리 인하 폭에 대한 실망이 미 국채가격의 동반 하락을 부추겼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주목할 것이라면서 성명과 경제 전망 등을 통해 향후 금리 인상 시기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경제전문가들은 오는 6월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반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시장은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44%, 12월 가능성을 72%로 각각 반영했다.

◇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오후 4시(미 동부시간) 현재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1177달러에 거래돼 전날 뉴욕 후장 가격인 1.1004달러보다 0.0173달러나 올랐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26.51엔에 움직여 전날 가격인 124.79엔보다 1.72엔 급등했다.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13.18엔을 기록해 전날 가격인 113.40엔보다 0.22엔 낮아졌다.

영국 파운드화는 달러화에 파운드당 1.4276달러를 나타내 전날 가격인 1.4219달러보다 0.0057달러 높아졌다.

유로화는 ECB가 예상을 훨씬 넘어서는 강력한 통화완화책을 내놓아 지난 2월1일 이후 최저치인 1.0821달러까지 급락했다. 통화정책 발표 전 유로화는 1.0972달러에 거래됐다.

유로화는 지난 29일 기록한 최고치인 1.0810달러를 하향 돌파하며 1월 최저치 1.0711달러까지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드라기 총재가 질의·응답에서 추가 금리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으로 밝힘에 따라 유로화가 달러화에 3주 만에 최고치인 1.1217달러까지 급반등했다. 유로화는 200일 이동평균선인 1.1043달러를 돌파하며 급등세를 이어갔다.

드라기 총재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 일축과 함께 이번 양적완화정책이 만장일치로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도 유로화 급반등 재료로 작용했다.

드라기 총재는 통화정책 결정 위원들 대부분이 이날 결정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만장일치가 아님을 확인한 것으로 해석됐다.

달러화는 뉴욕 유가와 증시가 약세를 보임에 따라 엔화에 개장 초 강세를 접고 반락했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확대를 통한 일반적 통화정책을 단행함과 동시에 기업들의 파이낸싱 여건 개선을 위해 회사채도 매입한다는 등의 결정을 통해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드라기의 추가 금리인하 일축 발언이 공격적 통화완화책 효과를 상쇄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준금리가 현 수준 또는 오랫동안 아주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첫 발언을 했던 드라기 총재가 이후 여건변화가 없다면 추가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말을 바꾼 것이 ECB 정책에 대한 실망을 안겼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반된 발언은 드라기 총재가 유로화 추가 약세를 원치 않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라는 일부의 해석 역시 유로화 강세를 지지했다고 이들은 전했다.

에버뱅크의 한 애널리스트는 "유로화 급등은 유로존의 물가 상승을 어렵게 할 것"이라면서 "ECB 플랜의 주요 부분이 유로존 업체들의 수출 증진과 물가 목표치 달성이기 때문에 이날 드라기의 유로화 약세 유도 정책은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 원유시장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45센트(1.18%) 낮아진 37.84달러에 마쳤다.

유가는 개장 초 단기 급등에 따른 이익실현 매물로 하락압력을 받았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오는 20일 산유량 동결을 위한 모스크바 회동이 어려울 수 있다는 소식 역시 유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번 회동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요 회원국인 이란이 참석 여부에 대해 아직 확답을 주지 않아 이번 회동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나이지리아 등 주요 산유국 석유장관들은 오는 20일 모스크바에서 산유량 동결을 위해 회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너지에스펙츠의 비렌드라 차우한 애널리스트는 펀더멘털적으로 유가가 현 수준에서 하락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정유사들의 정유 설비 유지보수 등에 따른 정제용 원유 수요 감소가 현물시장의 수요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세계 원유 수요는 여름철 드라이빙 시즌을 앞두고 정유사들이 통상 봄철 유지보수를 하므로 감소한다.

전날 유가는 주간 휘발유 재고가 예상치를 상회하는 감소세를 보여 에너지 수요 증가 기대로 큰 폭으로 올랐다. 그러나 하루 100만배럴을 상회하는 초과 공급분이 감소하고 있다는 신호가 없다는 애널리스트들의 경고가 나오면서 유가가 이날 약세를 보였다.

바클레이즈는 사우디 등을 탐방한 결과 감산 논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사우디는 향후 5년 동안 하루 1천20만배럴의 산유량 목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는 2017년에도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고 심지어 2018년에도 이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낮은 투자 지출을 고려할 때 유가는 2020년에나 70달러를 향해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날 강력한 통화완화정책을 단행했으나 달러화가 유로화에 급등 뒤 급반락해 유가 하락을 제한했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유가가 30~50달러 범위에서 주로 움직일 것이라면서 공급 과잉현상이 여전히 심하므로 거래 범위 상단이 돌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여전히 주요 산유국들의 동결 합의 기대가 상존해 있어 유가는 40달러 근처에서 주로 등락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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