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AlphaGo)에 크게 놀란 사람들이 누굴까. 바둑계 관계자들이 많이 놀랐을 것이다. 당초 이세돌 9단이 5전 전승을 장담했지만 알파고가 먼저 3승을 챙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밤잠을 설치며 고민해야 할 당사자들은 삼성.현대자동차.SK 등 국내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일 것 같다. 알파고의 선전이 제조업 중심의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국기업에 대재앙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알파고는 무인자동차의 신호탄

바둑은 경우의 수가 천문학적인 게임이라 컴퓨터라도 최적해를 수월하게 찾기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도 알파고가 세계 최고의 프로 기사와 바둑을 둬서 이길 정도라면 무인자동차의 운영체계로도 손색이 없을 것으로 진단된다.

미래 학자들은 무인자동차가 불과 4년 뒤인 2020년께부터 본격화될 것이며 기존의 제조업 패러다임과 가치체계(value chain)를 파괴적일 정도로 바꿀 것이라고 예고한다.

무인자동차는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인간이 운전하는 것보다는 훨씬 안전하다. 지난달 14일 구글의 무인자동차가 시내버스를 상대로 사고를 냈지만 인명 사상자가 없는 가벼운 접촉사고에 그쳤다. 구글이 지난 6년간 무인자동차로 330만㎞를 주행하면서 발생한 사고는 총 17건이다. 이중 구글의 과실로 발생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자가용 운전자의 경우 연평균3만~4만㎞ 가량 운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려 80~110년 무사고에 해당한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완성차 업체에는 악몽이 될 수 있다.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하루 평균 운행시간이 2시간 남짓한 자동차를 소유하는 대신 공유하면 비용이 10분의 1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무인자동차가 상용화되면 자동차 판매가 15분의 1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 2014년 기준으로 8천560만대가 팔린 전 세계 자동차 판매대수가 15분의 1로 줄어들면 우리 경제는 어떻게 될까.



◇전기자동차와 결합하면 한국 제조업에 대재앙

무인자동차가 이미 상용화 단계로 접어든 전기 자동차와 함께 보급되면 한국 자동차와 석유 산업에는 대재앙이 될 수 있다.

전기자동차는 내연 자동차의 전후방 우회 생산 효과를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연료를 폭발시켜 동력을 얻을 필요가 없어서다. 폭발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거나 열을 냉각시킬 필요도 없다. 라디에이터, 피스톤, 크랭크축, 펌프, 점화플러그, 타이밍벨트 등 핵심 부품이 필요 없다. 전기차가 본격 보급되면 완성차 협력업체의 생존이 보장될 수 있을까. 평균 가격이 2만2천418달러 수준인 현대.기아차도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다. 3만달러 수준에 포르쉐 911 카레라 성능을 가진 테슬라가 훨씬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소 보급까지 겹치면 석유 연관 산업도 빠른 속도로 몰락 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 전기차, 태양광 등이 결합하면 내연기관 자동차의 전후방 산업은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맞을 것이다.

이건 일어날까 일어나지 않을까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일어날까의 문제다. 알파고의 3승1패 전적의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는 지난주말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일원화하겠다고 허겁지겁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부에 흩어져 있던 AI개발 및 예산집행부터 일원화하기로 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전형적인 뒷북 행정이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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