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상속 재산을 둘러싼 형제ㆍ남매간 소송의 첫 공판이 30일 열린 가운데 양측간 치열한 법리공방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법 동관 558호에서 열린 첫 심리에는 고 이병철 회장의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차녀인 이숙희씨를 대리해 법무법인 화우에서 변호사 9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리한 법무법인 태평양ㆍ세종ㆍ원의 변호사 6명이 참석해 불꽃튀는 법리논쟁을 이어갔다.

양측의 변호인단은 우선 고 이병철 회장의 유산 상속과정의 정당성을 두고 강하게 대립했다.

피고 측은 "선대 회장은 이건희 회장에게 경영권 승계를 결정했고, 이는 곧 경영권 유지를 위한 지분 승계를 의미한다"면서 "다른 상속인도 모두 동의했다 25년이 지나서야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며 원고 측의 소송 제기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상속 후 삼성전자 주가가 40배나 오르는 등 이 회장의 노력으로 회사가 성장한 것인데도 이제 와 재산 분할을 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원고 측은 "선대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준다고 했지 차명재산을 주겠다고 하지는 않았다"면서 "이 회장은 차명재산 없이도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이미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차명주식이 당연히 상속대상에 포함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삼성에서 주당 70만원 정도로 평가했던 삼성생명 주식을 에버랜드가 주당 9천원에 매입한 것 역시 정상적인 거래가 아니다. 결국 상속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차명상태의 명의이전이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피고 측에서는 25년간 가만히 있다가 삼성이 잘 나가니까 소송을 건 것이라고 원고의 도덕성을 공격하고 있다"면서 유감을 나타냈다.

이어 "그런 차원이 아니라 이제야 상속권 침해 사실을 알게 돼 바로 잡고자 소송을 낸 것일 뿐이다"고 강조했다.

양측 변호인단은 상속재산에 대한 분할 소송의 효력이 성립되느냐를 두고도 날을 세웠다.

피고 측은 민법 999조 2항의 '상속회복청구권은 그 침해를 안 날로부터 3년,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하면 소멸된다'는 점을 들어 소송의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미 1987년 이병철 선대 회장이 사망할 당시 상속 문제가 모두 마무리됐고, 2008년 4월 삼성 비자금 특검의 수사결과 발표 때 이번 소송의 대상이 된 차명주식의 존재를 원고 측이 인지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상속권 침해인지 시점'이든 '침해행위 시점'이든 모두가 이미 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소송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식은 이미 다 처분했고, 지금 남아있는 것은 따로 구입해 차명으로 보유했던 것이란 점도 재차 강조했다.

소송 대상 자체가 상속재산이 아닌 만큼 다른 형제들에게 나눠줄 이유가 없다고 일축한 것이다.

그러나 원고 측은 민법 999조 2항은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반박했다.

이건희 회장이 차명재산을 숨기며 명의전환을 하지 않고 있었을 때에는 상속권 침해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라며 2008년 12월 명의변경을 한 시점에야 비로소 상속권 침해행위가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8년 삼성 특검 발표 내용만으로는 상속권 침해 사실을 인지할 수 없었다면서 작년 6월 삼성 측이 상속 재산에 대한 확인서를 보냈을 때야 비로소 침해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는 50여 명이 넘는 방청객이 몰려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는 '삼성가 상속재산 소송'을 둘러싼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재판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제32민사 재판부(부장판사 서창원)도 이런 사실을 의식한 듯 재판 진행의 공정성을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서창원 부장판사는 "모든 변론은 서면으로 받고 개별적으로 변호인단의 전화 연락 등은 받지 않을 것"이라며 "재판부가 융통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재판의 공정성을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앞으로 이맹희씨와 이숙희씨, 고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의 며느리인 최선희씨가 각각 제기한 소송을 병합해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 심리는 내달 27일 오후 4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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