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노현우 기자 = 지난해 아파트 공급과잉이 입주지연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신용평가업계에서 제기됐다. 잔금 마련을 위한 재고주택 처분과 시세 대비 분양가격 수준이 주요 변수로 지목됐다.

선영귀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23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작년 대거 공급된 아파트에서 향후 입주가 지연되거나 입주를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선 실장은 미입주위험을 입주 지연과 입주 시점 분양가 하락 등 두 가지로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 (가구가) 보유 자금으로 집을 사는 게 아니라 전세 살던 집 한 채를 가진 상태에서 분양을 받는다"며 "입주 시점에는 거주 중인 집이 기존시장에 한꺼번에 공급되기 때문에 자금 미스 매칭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가격위험과 관련해서 "분양이 잘됐다고 하더라도 (주변 시세가 분양가보다 많이 떨어지면) 계약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 등이 장기에 걸쳐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약금이 전체금액의 10%인 점을 고려할 때 가격이 15% 정도 빠져야 분양받은 후 입주를 거부하는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며 "그 정도 가격이 하락하면 큰일"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건설사들은 힘든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전망됐다.

선 실장은 "해외, 주택, 공공 모두 안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부문에서 손실을 크게 낸 이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영업이익 등 건설사 실적은 주택부문에 따른 영향으로 다소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선영귀 실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기업평가에 입사했다. 건설업과 자산유동화증권 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했으며 현재 평가2실 실장(평가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선영귀 한국기업평가 평가2실장>
 

 

다음은 선 실장과의 일문일답.

--과거 주변시세가 분양 당시보다 크게 떨어지면서 분양받은 사람들이 입주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이번에도 미입주 관련 위험이 커질 가능성은 없는지.

▲관련해서 조사하고 있다. 미입주 위험이라는 게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하나는 입주가 지연되는 것이다. 입주가 지연되면 순간적으로 금융비용이 발생한다. 자금 미스 매칭이 발생할 수 있다. 작년 아파트 공급물량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입주지연 문제는 일부 발생할 것으로 본다.

대부분이 여윳돈을 갖고 분양받는 게 아니라 자신이 전세나 집 한 채에 살면서 분양받는다. 입주 시점에는 거주 중인 집을 팔아야 한다. 기존 아파트 시장에 이 같은 물량이 대거 나오면서 입주지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미입주 위험과 관련 또 하나는 가격적 문제가 있다. 분양이 아예 안 되고 입주까지 가는 경우가 있고 분양이 잘됐는데 입주 안 하면서 계약을 취소해달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아예 분양이 안 된 사업장은 상황이 심각하다. 분양이 잘됐는데 계약을 취소해달라는 사업장은 소송 등이 장기간 나타날 수 있다.

분양이 잘된 곳은 일부 입주지연 나와도 계약금이 완충작용을 한다. 계약금이 1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분양 당시보다 가격이 15% 정도는 빠져야 계약을 취소할 것으로 본다. 그 정도 가격하락이 오면 큰일이다.

--올해 건설업 전망은 어떤가.

▲기본적으로 해외부문은 저유가 여파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국내부분은 주택과 공공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볼 수 있다.

공공시장 같은 경우 수주 측면에서 예산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SOC나 공공기관들도 부채감축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물량감소가 예상된다.

주택시장 같은 경우 부동산가격이 추가 상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주택시장 호조 요인으로 가장 크게 꼽힌 게 저금리다. 작년 말까지 금리상승 가능성이 점쳐지다가 최근 들어 낮아졌다. 그러나 경제가 안 좋은 상황으로 흘러가면서 금리 상승압박을 없앤 것이기 때문에 주택경기에 유리하지 않다. 작년 부동산가격이 홀로 상승하면서 (다른 자산 등과) 괴리가 굉장히 커졌다.

결론적으로 해외, 주택, 공공 모두 안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물량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한 해다. 질적 측면에서 보면 대형건설사들이 해외 부문에서 손실을 크게 낸 이후에 회복을 못하고 있다. 적자를 냈던 현장들이 계속 악영향을 미치면서 해외 손익은 안 좋은 상황이다.

2015년 분양물량이 본격적 착공에 들어가며 2016년에도 업체의 영업이익 등 실적은 주택부문이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질적 측면에서는 개선될 것으로 본다. 해외 부문은 손실도 대규모 적자 기성이 남아 있지만, 정리돼 가는 측면이 있어 개선되기는 할 것으로 본다. 수주는 제한적이다. 과거 같은 호황이 아니라, 개선은 되지만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

--이란 시장 개방에 대한 기대가 크다.

▲국내 건설사들이 과거 이란에서 많은 공사를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발주할 단계까지 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저유가 상황에서 이란 신시장이 열려 기대감이 높지만 수주로 연결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올해 대규모 수주는 힘들지 않을까 한다.

--건설사들이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몇몇 업체들이 손실을 내다보니 리스크가 반영된 것으로 본다. 신용도가 높은 업체 아니면 발행이 힘든 상황이다. 신용등급이 높은 등급 업체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고 금융기관에서도 계속해서 연장을 잘해주고 있다. 보유현금도 있기 때문에 위험이 크다고 보지는 않는다. 유동성 차입금만큼 현금을 들고 있어 A급 이상 건설사의 유동성 우려는 크지 않다.

트리플B 건설사는 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일부 업체는 자구안이나 전체 차입규모를 축소해가고 있다. 유동성 위험이 과거보다 조금 나아진 것으로 평가한다. 업계 전체적으로 차입금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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