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여의도(汝矣島)의 어원은 정확하지 않다. 너 여(汝)의 뜻을, 의(矣)의 음을 차용해 '너의 섬', '너나 가져라'라는 뜻이 내포됐다는 해석도 있다.

그만큼 땅이 좋지 않다.

조선시대에는 국립 목장을 두는 등 거의 버려진 땅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여의도 비행장이 생긴 이후, 1970년대 들어서야 서울시의 개발계획으로 급격히 서울의 부도심으로 성장한다.

풍수지리상으로도 좋을 리 만무하다.

배산임수는커녕, 한강으로 둘러 쌓여 있어 북한산, 관악산의 정기를 받을 수 없다.

들어오는 돈도, 도는 돈도 많은 땅이 여의도다.

물은 돈이라고 한다. 모래 사이로 돈이 빠져나가는 꼴로 그만큼 유통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다. 금융투자업이 여의도에서 발달한 풍수적 이유다.

땅 때문인지, 금융투자업 종사자들의 특징 때문인지, 한 푼이라도 더 벌려는 '도교적' 노력도 끊이질 않는다.

IFC에 입주한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최근 책상 위치를 바꿨다.

원래는 한강을 등지고 있었는데 이제는 한강과 북악산을 훤히 볼 수 있다.

북악산의 정기를 정면으로 받겠다는 의도다.

IFC와 관련된 풍수지리설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 3개의 건물이 가장 한강 쪽에 세워진 이후로 강바람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지만 한강과 북악산의 기운을 막아 옆에 나란히 위치한 KTB투자증권, NH투자증권, 한화증권 등의 수익성도 악화됐다는 것. 신한금융투자는 IFC 바로 옆에 있지만, 정문을 다른 건물 반대편으로 뚫어 정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했다는 뒷얘기도 있다.

일각에선 여의도에 밀집했던 금융사들의 엑소더스(exodus)가 점점 가속되고 있다. 우스갯소리지만 '모래로 돈이 빠져나가 안되겠다'는 판단에 자리를 옮긴단 것이다.

대신증권은 올해 말 서울 명동 신사옥으로 자리를 옮긴다. 여의도 대신증권 본사 사옥의 상징인 황소상도 데려간다.

원래 을지로 신사옥 디자인은 세련된 스타일로 고안됐지만, 과거 경제부총리를 지낸 한 유력 인사가 풍수지리적으로 네모 반듯한 건물 형태가 좋다는 제안을 해 디자인에 변화가 생겼다는 설도 있다.

대신증권에 앞서 미래에셋그룹,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유안타증권 등도 이미 서울 시내에 자리를 잡았다.

미래에셋그룹이 입주한 센터원 빌딩은 조선시대에 동전을 만들던 주전소(鑄錢所) 자리다. 또 시전(市廛)이 발달해 이미 오래전부터 상거래가 활발하던 곳이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도 사옥을 판교로 이전하면서 '풍수적으로 부귀영화가 모이는 곳'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무실 위치가 남향이냐, 동향이냐에 따라 가격도 달라 임대를 고심하는 대표들도 있다"며 "여의도처럼 풍수적으로도 그렇고, 경쟁사가 밀집한 곳보단 차라리 다른 곳에 자리 잡아 업에 충실해지려는 곳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산업증권부 김경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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