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6월 이후를 예상하던 시장참가자들에게 느닷없이 '4월 금리인상'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3월 회의 때 금리인상의 속도조절을 공언했던 연준이 변심하자 시장은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비둘기인 줄 알았던 연준이 알고 보니 몸통은 매였던 셈이기 때문이다.

연준이 왜 갑작스럽게 변심했을까. 그 해답의 실마리는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상하이 비밀합의설'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지난달 상하이에서 열렸던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주요국 경제사령탑들이 모종의 합의를 했다는 것이 골자다. 미국 일부 인터넷 언론을 통해 제기된 후 세계 금융시장 전체로 퍼지면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상하이 합의설이 정설화되면서 달러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했고, 위험자산으로 여겨지는 주식시장과 석유시장은 상승 휘파람을 불었다. 일부 호사가들은 지난 1985년 달러 강세를 저지시킬 목적으로 엔화와 마르크화를 절상시켰던 플라자 합의를 떠올리며 흥분했다고 한다.

연준 입장에선 여러모로 부담스런 상황전개다. 상하이 합의설을 빌미로 달러 약세가 시장에 뿌리내리면 향후 연준은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어서다. 연준은 이미 금리를 올릴 때 국제적 상황을 감안해 결정할 것임을 여러 차례 시장에 알렸다.

하지만 연준이 말한 '국제적 상황'은 앞으로 개선되기보다는 악화될 가능성이 더 크다. 세계경제의 키를 쥐고 있는 중국 경제는 앞으로 상당기간 성장률 둔화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6월 23일로 예정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와 6~7월 중 불거질 것으로 보이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이슈 등이 맞물리면 시장이 다시 불안에 빠질 소지가 있다. 그렇게되면 연준의 금리인상 계획은 또 발목 잡힐 수 있다. 올해 11월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어 갈수록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연준의 금리인상이 대선의 쟁점으로 부상할 수도 있어서다.

상하이합의설이 연준에 부담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연준이 환율을 보고 통화정책을 결정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연준은 그동안 통화정책과 달러가치가 관계없음을 여러차례 강조했었다. 미국 내 경제사정, 특히 고용과 물가를 보면서 정책을 결정한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다. 달러 약세를 위한 상하이 합의설은 연준 스스로의 몸통을 묶는 족쇄가 될 것이다. 연준이 전례 없이 파격적인 방식으로 조기 금리인상을 거론하는 것은 시장에 퍼진 이러한 인식을 빨리 바로잡으려는 몸짓으로 보인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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