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드디어 인수합병(M&A) 잔혹사를 끊어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최후의 승자가 된 KB금융지주는 계열 증권사 강화라는 오래된 숙원 사업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됐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KB금융지주가 선정됐다.

KB금융지주는 현대증권 인수가로 1조원 안팎의 가격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 이어 증권까지…KB금융, M&A 잔혹사 끊었다

KB금융의 이번 현대증권 인수는 그룹 전체의 M&A 역사를 새로 썼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그간 KB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강화를 앞세워 수차례 추진한 M&A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불운은 지난 2006년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하며 시작됐다. 당시 론스타 소유의 외환은행 인수전에 참여해 본계약까지 체결했지만 론스타 먹튀 논란과 검찰 수사 등 악재가 겹치며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2011년 우리금융지주 인수전에 승부수를 던졌지만 메가뱅크 논란에 또다시 물러났다. 2012년엔 계열사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추진했지만, 당시 어윤대 회장과 사외이사진의 이견이 확산하며 이 역시 무산됐다.

2013년 도전한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증권·자산운용·생명보험·저축은행) 인수전에서는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했음에도 인수에 실패했다. 우리아비바생명의 가치를 마이너스로 평가해 최고가를 적어낸 우리투자증권 가격이 빛이 바랬다.

다행히 이듬해 LIG손해보험을 인수하는데 성공했지만, 예상치 못한 미국법인 부실 문제가 불거지며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최근 KB금융은 '한국형 BoA메릴린치'를 꿈꾸며 대우증권 인수전에 참여했으나, 예상치 못한 높은 가격을 써 낸 미래에셋금융그룹에 밀렸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선 윤 회장의 뚝심이 결국 마지막 대형 증권사의 성공적인 인수를 이끈 게 아니냐는 평가를 내 놓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윤 회장 입장에서 취임 이후 성공적인 M&A 사례가 절실했을 것"이라며 "향후 KB투자증권과의 통합을 통해 이번 현대증권 인수는 그간의 잔혹사를 끊어냈다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B+현대證, 업계 빅3 도약…포트폴리오 다각화 완성

현대증권 인수로 KB금융은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 업계 리딩 금융그룹에 견줄만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연말 기준 자기자본이 3조2천789억원에 달하는 대형 증권사다. 그룹 내 계열 증권사인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이 합병하면 자기자본 규모만 4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국내 20위권 증권사였던 KB투자증권이 단숨에 업계 '빅 3'로 도약하게 되는 셈이다.

특히 현대증권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KB금융그룹 내 전사적인 기업금융(IB)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계열사 내 시너지가 확대되게 된다.

그간 경쟁사보다 계열 증권사가 규모나 순익 면에서 뒤쳐졌던 KB금융은 이번 현대증권 인수로 신한금융그룹과도 어깨를 견줄 수 있게 됐다.

최근 KB투자증권은 은행과의 복합점포를 10곳 이상 신설하는 등 그룹 차원의 브랜드를 활용해 자산관리(WM) 분야에서 입지를 다지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금융권 안팎에선 업계 상위권 지점 수를 바탕으로 리테일 강자로 군림하던 현대증권이 KB투자증권과 합병하면, WM부문의 시너지가 극대화 할 것이란 분석을 내 놓고 있다.

여기에 채권시장 강자로 군림해 온 현대증권의 역량에 회사채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KB증권의 역량이 결합되는 것도 IB하우스로서의 강점을 더해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향후 물리적, 화학적 통합의 진행 과정을 살펴봐야겠지만, KB금융 내 비은행부문이 강화되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며 "대우증권을 안은 미래에셋과 현대증권을 흡수한 KB투자증권, 그리고 우리투자증권과 합친 NH투자증권, 여기에 향후 추가적인 합병 가능성이 열려 있는 한국투자증권까지의 대결 구도로 업계가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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