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달 17일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2차전이 열린 춘천 호반체육관. 역대 우리은행장 6명이 나란히 경기를 관람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한 한빛은행, 현재 우리은행의 전신인 이 은행의 초대 수장을 역임한 김진만 전 행장을 비롯해 이덕훈, 황영기, 박해춘, 이종휘, 이순우 전 행장이 응원석에서 승리의 기쁨을 함께했다.

사실 대여섯 명의 역대 우리은행장이 옹기종기 모여 농구장을 찾는 모습은 진풍경 아닌 진풍경이 된 지 오래다.

우리은행 농구단 한새는 매 시즌 출정식이나 중요한 경기가 있을 때마다 역대 은행장과 함께하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2000년대 중반 국내 여자 농구를 이끌던 우리은행은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2007년 시즌에 '만년 꼴찌'로 추락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던 한새는, 올해 4년 연속 통합 우승은 물론 통산 여덟 번째 챔피언 결정전의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에 구단주인 이광구 행장을 비롯한 역대 행장들은 농구단의 모습에서 우리은행이 나아가야 할 길을 찾아야 한다는 애틋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농구 사랑을 차치하고서도, 우리은행장은 유난히 모임이 많다.

우리은행은 오래전부터 역대 은행장 초청 간담회를 진행해왔다. 은행 경영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하고 최근 금융산업의 변화 속에 우리은행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선배의 고견을 듣는다는 취지다.

그간 이 자리에는 우리은행이 상업, 한일, 한빛, 평화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던 시절부터 은행을 이끌어온 정지태, 박명규, 황석희 전 행장 등 15명 안팎이 참석해왔다.

릴레이 기부캠페인 아이스버킷챌린지 열풍이 불었던 지난 2014년 8월엔 이종휘 전 행장의 주도 아래 김진만, 이덕훈, 황영기, 이순우 행장이 다 같이 얼음물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역대 행장들이 주도하는 사모임도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생존을 위해 솔개와 같은 우리은행의 내부 개혁을 강조한 황영기 전 회장의 '솔개회', 우리금융 인연으로 모인 촌놈들의 만남을 주도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우연촌', 그리고 이종휘 전 행장은 자신의 호를 본떠 '의산(義山)포럼'을 선후배들과 여전히 이끌어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역대 수장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기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며 "하지만 우리은행은 내부적인 조직문화에 힘입어 전·현직 행장은 물론 임원들이 함께 자리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황영기, 이종휘 행장처럼 다른 업권이나 조직에 몸담은 선배가 예전 조직을 찾는 일은 더욱 이례적인 일"이라며 "그만큼 우리은행에 대한 애착이 큰 게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산업증권부 정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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