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유로존 재정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통화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1일 글로벌 외환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올해 새롭게 등장할 안전 통화에는 노르웨이 크로네와 캐나다달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안전 통화는 당국의 무작위한 개입 가능성이 없는 통화여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 상반기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우려에 엔과 스위스프랑은 이상적인 안전통화로 여겨졌다.

일본과 스위스 모두 안정적인 정부와 경제를 가진 데다 수출이 견조하고, 경상수지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름을 지나면서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으로 엔과 스위스프랑이 초강세를 연출하자 일본은행(BOJ)과 스위스중앙은행(SNB)의 개입으로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그해 1월부터 BOJ가 개입하기 전까지 달러에 대해 5% 이상 올랐던 엔은 8월 BOJ의 개입 하루 만에 거의 5%가량 추락했다.

BOJ는 10월31일 엔이 달러에 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또 한 차례 개입에 나섰다.

SNB 역시 9월6일 스위스프랑의 강세를 억제하기 위해 무제한으로 유로를 매입해 자국 통화를 특정 수준으로 유로에 고정하겠다고 공언했다.

달러 이외 안전투자처로 여겨졌던 엔과 스위스프랑에 당국의 개입이 지속되며 투자자들은 다른 안전 통화를 찾아야 할 판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노르웨이가 최대 석유 수출국으로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HSBC 통화 애널리스트들은 크로네는 노르웨이의 튼튼한 경제 펀더멘털때문에 주요10개국(G10)과는 다른 "자신만의 리그"에 속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크로네는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점 때문에 안전통화가 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최신 자료를 보면 하루 4조달러 규모인 외환 시장에서 엔이 거래량의 19%를 차지하는 반면, 크로네의 거래량은 1.3%에 그친다. 스위스프랑의 하루 거래량은 전체의 6% 정도다.

사이먼 데릭 BNY멜론 통화 애널리스트는 "가장 큰 문제는 안전자산의 모든 요소를 갖춘 통화를 찾으려는 데 있다"라며 그런 와중에 "모든 이들이 간과하는 것 중 하나는 유동성"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들은 캐나다달러가 올해 전면에 부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캐나다는 정치적으로 안정된 국가인 데다 외환보유액 규모도 크다는 점이 캐나다달러에 강점으로 작용했다.

다만, 캐나다달러는 전통적으로 캐나다가 석유수출국이기 때문에 원자재통화로 통용됐다는 점에서 전 세계 경제 성장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특히 미국과의 무역이 많아서 미국 경제의 약세에 민감하다는 약점이 있다.

그러나 데릭 BNY멜론 애널리스트는 올해 미달러가 고만고만한 투자처가 될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은 투자처를 캐나다달러로 다변화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올해 캐나다달러가 다른 주요 통화에 대해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한편, 유로존 재정위기에 작년 강세를 보인 파운드가 안전투자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이 일부 있으나, 유로존 재정 위기가 악화하면 대(對)유럽 무역이 큰 영국의 타격 역시 불가피하다는 점 때문에 위험한 투자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스위스프랑은 올해에도 당국의 개입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엔화 역시 당국의 개입이라는 불확실성에 휩싸일 것으로 보여 올해에도 안전투자처를 찾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엔은 당국의 개입이 과거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욕구를 제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미달러는 막대한 미국의 재정 적자로 올해 안전투자처로 꼽기엔 논쟁의 여지가 남아 있으나 유럽 대비 상대적인 경제 성과를 고려하면 여전히 안전투자처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건스탠리는 "미국의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지지받을 미국 경제의 상대적 성과로 미 달러가 올해에도 지지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미달러와 엔이 올해 G10 국가의 통화 중 최고의 성과를 낼 통화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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