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연의 전망대> 마이너스 금리와 공급과잉의 재앙
<배수연의 전망대> 마이너스 금리와 공급과잉의 재앙
  • 승인 2016.04.1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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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마이너스 금리의 출현은 인류 문명사에 한 획을 긋는 일대 사건으로 기록돼야 마땅하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자본의 공급이 수요를 앞질렀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 가운데 하나인 신용창출을 통한 성장의 모멘텀이 약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핵심 개념은 성장이다. 근대 자본주의는 좋은 때나 나쁠 때나 건강한 호르몬이 넘쳐나는 10대 청소년처럼 성장을 거듭했다. 성장을 주도한 것은 기업이다. 자본은 기업의 미래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신용(credit)을 제공했고, 그 대가가 이자라는 형태로 자본에게 돌아왔다.

이제 마이너스 금리는 그 밸류 체인이 무너졌다는 의미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를 쓴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신용이 과학혁명과 진보라는 개념에 빚을 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무지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연구에 자원을 투자하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 덕분에과학혁명과 진보가 가능했다고 풀이했다. 경제 부문에서 자원 투자를 통한 진보의 원동력이바로 신용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제 그 진보의 원동력인 신용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기는 커녕 보관료 명목으로 오히려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개념이 마이너스 금리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 건 자본의 영역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여태까지 결핍의 영역이었던 에너지 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셰일가스 혁명과 태양열 등 대체에너지 시장의 약진으로 석유 등 화석 에너지는 이제 공급 과잉에 시달린다. 인류에게 부족한 건 에너지가 아니라 에너지를 찾아내 우리에게 맞게 전환하는 기술일 뿐이다. 에너지는 더 이상 결핍이나 부족의 영역이 아닌 것이다.

에너지가 헐값에 유통되니 모든 게 넘쳐난다. 설비도 과잉이고 생산도 과잉이다. 인류는 여태까지와 다른 도전에 직면했다.

'도대체 누가 이 모든 물건을 살 것인가.'

과거에는 과잉 설비 등의 문제를 세계 대전 등을 통해 일부 해소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핵무기의 개발로 세계대전이 발발하면 인류 멸종까지 각오해야 한다.2차 세계대전 이후 대규모 전쟁의 가능성이 거세돼 70년 이상 이어져 온 평화로운 시대는 공급 과잉이라는 또다른 재앙을 맞고 있다.

앞서 하라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을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가 두 도시 이야기(A Tale of Two Cities)’에서 프랑스 혁명기 이후를 평가한 말을 인용해 묘사했다 .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이다(It was the best of times, it was the worst of times)."(정책금융부장)

ne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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