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해운업 리스크' 탓일까.

한진해운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대규모 미달사태가 발생했다.

1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금융투자협회 프리본드를 통해 실시된 한진해운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3년물과 5년물에서 각각 1천400억원과 700억원 등 총 2천100억원의 '미매각 물량'이 나왔다.

한진해운은 3년물로 1천500억원, 5년물로 2천억원 등 총 3천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했으나 60%의 물량이 미달된 것이다.

희망 금리밴드는 3년물이 5.15∼5.25%, 5년물이 5.80∼5.90%였고 발행금리는 각각 밴드 상단인 5.25%와 5.90%로 확정됐다.

3년물의 경우 5.15∼5.25%에서 100억원만 응찰했고, 밴드를 벗어난 5.25∼5.35%에서 100억원, 5.35% 위에서 300억원의 수요만 들어왔다.

희망 금리밴드에 포함된 100억원만 실수요로 확정된 가운데 나머지 1천400억원은 주인을 찾지 못했다.

5년물은 금리밴드 이하인 5.80% 밑에서 700억원(3건), 5.80∼5.85%에서 500억원(4건), 5.85∼5.90%에서 100억원(1건) 등 총 1천300억원만 수요가 충족됐다.

결과적으로 발행 목표액 2천억원 가운데 700억원 어치의 미매각 물량이 나온 것이다.

공동 대표주관사인 대우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청약일인 7일 오전 9시부터 12까지 추가로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추가 청약이 없을 경우 인수단이 인수비율에 따라 떠안을 예정이다.

특히 5년물의 경우 미매각 물량이 500억원 이하인 경우 산업은행이 우선으로 인수하기로 했다.

다만, 500억원을 넘어서는 경우는 산업은행이 500억원 어치를 우선적으로 인수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인수단이 사전에 정해진 비율대로 가져갈 예정이다.

주관사와 인수단이 한진해운과 총액인수 계약을 체결한 상황이어서 한진해운은 3천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한진해운 회사채가 이처럼 대규모로 미매각이 발생한 것은 예견된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해운업황의 개선 기미가 여전히 가시화되지 않은 가운데 한진해운의 실적과 재무상황도 크게 좋아지지 않고 있어서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IFRS 별도기준으로 4천965억원의 영업적자를 본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2천275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1분기 영업적자 규모는 작년 같은 기간의 116억원에 비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재무지표 악화도 뚜렷한 추세다. 부채비율은 2010년 290.4%에서 작년에는 452.9%로 높아졌고, 올해 1분기 말에는 568.5%로 올랐다.

차입금의존도도 작년 말 72.3%에서 올해 1분기에는 75.2%로 높아졌다.

이번 수요예측에서 희망 금리밴드를 지나치게 낮게 제시한 것도 대규모 미매각 발생의 원인이 됐다.

한진해운이 제시한 희망 금리밴드는 개별 민평금리에 비해 3년물이 10∼20bp, 5년물이 3∼18bp 정도 낮았다.

그러나 주관사 관계자는 "개별 민평에 비해 3년물은 10bp, 5년물은 23bp 낮게 금리가 결정됐다. 미매각의 발생 원인이 단순한 금리밴드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진중공업이 3년물로 2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인 것도 일부 영향을 줬다.

한진중공업은 한진해운보다 하루 늦은 지난달 31일 수요예측을 실시했는데, 리테일 수요를 노린 기관들이 한진중공업의 수요예측 결과를 본 뒤 한진해운 물량을 받을지를 결정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중공업의 제시한 희망 금리밴드는 한진해운보다 5bp 정도 높았다. 한진중공업의 수요예측 결과는 아직 공표되지 않고 있다.

주관사 관계자는 "한진중공업 수요예측 결과가 비교적 좋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청약에서 추가 수요가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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