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한국은행은 최근 3년간 국제유가가 공급발 압력으로 상승하고 있는 만큼 성장 둔화보다는 물가 상승효과가 더욱 크다고 진단했다. 또 유가상승 요인별로 성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분석할 결과 , 과거 수요압력에 따른 유가 상승보다 최근의 공급발 충격에 따른 성장둔화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웅 한은 계량모형부 차장은 1일 발간된 '5월 조사통계월보'를 통해 "유가변동 요인에 관계없이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물가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단순하게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이 유가변동 요인별 영향을 진단하는 'SVAR(구조적 벡터자기회귀 모형)'을 통해 분석한 결과, 국제유가가 연간 10% 상승하는 경우를 가정할 때 수요 요인일 경우 다음해 소비자물가는 0.25%포인트 추가 상승하는 반면, GDP 성장률도 0.3%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공급요인의 국제유가 상승(연간 10%)의 경우, 다음해 물가는 0.19%포인트 상승했고성장률은 0.1%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이 공급요인에 따른 측면이 큰 만큼, 성장률 둔화보다는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크다는 것이다.

김 차장은 "지난 2002년 1월부터 2008년 6월중 국제유가상승은 주로 수요요인(기여도, 80%포인트)에 기인한 반면, 2009년 1월부터 2011년 11월 중에는 수요(28%포인트), 공급(15%포인트), 금융(14%포인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급요인에 의한 유가 상승의 경우 원유 수입국과 수출국간 차이가 있었다"며 "우리나라는 수입국들과 성장둔화는 비슷하나 물가상승은 유럽연합(EU)와 비슷하고, 일본과 미국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김 차장은 "글로벌 경기 등 수요 요인보다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와 낮은 재고 수준 등의 공급요인에 의해 최근 유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최근 유가 상승은 (과거 수요發 유가 상승 대비)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클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고 풀이했다.

김 차장은 "'SVAR' 이전의 기존 'BOK04 모형'이나 산업연관모형은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2~0.3%포인트 상승하고, GDP 성장률은 0.2%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같은 주장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 3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당시 국제유가 상승세가 물가와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질문과 관련, "현재 한은이 갖고 있는 모델에 의하면 두바이유가 현재 배럴당 120달러에서 150달러로 상승한다고 가정할 경우, CPI는 현재보다 0.5%포인트 더 오르는 동시에 성장률도 0.5%포인트 떨어트리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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