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해운사들이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실적과 재무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신용등급(등급전망)마저 강등되면서 올해도 '고난의 행군'을 이어갈 전망이다.

신용등급이나 등급전망이 떨어지면 아무래도 크레디트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시 비용 부담이 커지는 등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구랍 30일 나이스신용평가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STX팬오션 등 국내 대표적 해운사들의 신용등급과 등급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한진해운은 장ㆍ단기 신용등급이 각각 'A-(안정적)'과 'A2-'로 한 단계씩 강등됐다.

현대상선과 STX팬오션은 신용등급('A')이 하향 조정되지는 않았지만,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됐다는 것은 수개월 내 재무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신용등급을 강등하겠다는 일종의 사전경고라는 점에서 부정적 여파는 적지 않다.

이들 회사의 신용등급(등급전망)이 떨어진 것은 영업실적 저하와 재무안정성 하락이 주된 이유다.

한진해운은 영업현금창출능력을 나타내는 EBITDA(상각전 영업이익)가 작년 9월말 기준으로 마이너스(-)563억원을 기록했다.

2010년 말의 1조34억원에 비해 급속히 감소한 것으로 그만큼 심각한 영업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은 4조4천783억원에서 6조7천495억원으로 2조원 이상 늘었고 부채비율과 연결부채비율은 각각 422.3%와 478.2%로 2010년 말의 261.3%와 328%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현대상선과 STX팬오션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두 회사의 작년 9월 말 기준 EBITDA는 각각 67억원과 13억원으로 2010년 말의 9천76억원과 2천204억원에 비해 대폭 줄었다.

부채비율도 330.8%와 149.8%로 2010년 말의 198.8%와 126%에 비해 높아졌다.

2008년 이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에 해운시황이 꼬꾸라지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던 해운사들은 2010년 시황회복으로 자금 사정이 나아지면서 재무 부담이 다소 완화됐다.

하지만 지난해 부터 다시 해운시황이 꺾이면서 영업실적과 재무가 재차 악화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컨테이너선 운송을 주력하는 글로벌 해운사들이 공조를 통해 선복량 조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세계 2위의 컨테이너선사인 MSC와 3위인 CMA-CGM은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현대상선이 포함된 그랜드얼라이언스도 신규 해운동맹을 결성했으며 한진해운이 포함된 CKYH는 대만의 에버그린과 협력체제를 구축키로 했다.

그러나 전망은 그다지 좋지 않다.

작년 9월말 기준으로 컨테이너선 발주잔량이 선복량의 30%에 달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의 경기 둔화 우려로 인한 수요 위축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서다.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6팀 서찬용 팀장은 "해운선사들의 공조체제 강화로 인한 운임 상승 시도가 경기 둔화 가능성에 제약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해운사의 한 관계자는 "과잉공급에 물동량까지 감소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각 사별로 자금 악화에 대비한 비상 대책들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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