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환율전쟁이 다시 뜨겁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 등 세계 각국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정도로 통화완화 정책에 적극적이다. 최근 싱가포르도 깜짝 통화완화 정책을 단행하며 아시아 지역에 본격적인 환율전쟁의 포성을 울렸다.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후에도 환율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자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소 다로 재무상 등 당국자들은 물론 정치권 인사들까지 나서 시장 개입을 언급한다. 최근 극심해진 엔고를 저지하기 위해 언제든지 환율전쟁의 칼을 뺄 준비가 됐다는 뜻이다.

아소 재무상은 지난 주말 G20(주요 20개국) 중앙은행·재무장관 총재회의 후 "환율의 과도한 움직임을 막기 위해서라면 외환시장에서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다. G20의 합의문도 이러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제무대에서 시장개입을 정당화하려 한다.

이는 G20 국가들이 '경쟁적 평가절하'를 자제하자는데 공감대를 이룬 것과 배치된다. 그러나 일본은 자신들의 정책이 환율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일본 경제를 회복시켜 세계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이라는 논리로 국제사회를 계속 설득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것은 환율전쟁을 바라보는 G20의 시각이다. G20은 이번 회의에서 경제성장률 회복을 위해선 금리 내리기 뿐 아니라 재정 투입과 구조개혁을 병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G20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구조개혁 등 3가지 정책(3-pronged approach)을 공동성명에 명문화했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정도로 경쟁이 심해진 가운데 제살깎아먹기 식의 환율 경쟁이 진행되는 것에 대해 다른 대안을 마련함으로써 환율전쟁의 휴전을 제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환율 개입의 명분을 얻으려 외교전을 펼치는 일본 입장에서 G20의 이러한 요구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일본은 현재 금리 인하 등 통화 완화 정책만 반복해 시행하고 있을 뿐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에선 미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G20의 공동성명문은 일본의 분발을 요구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일본의 환율 개입은 한국과 중국 등 인근 아시아 국가들의 연쇄적인 개입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세계가 주시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4월 중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가 한·중·일 3국의 환율정책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지 관심이 뜨겁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G20 회의 기간에 유일호 부총리를 만나 환율정책의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 장관은 아소 재무상을 만나서도 'G20이 정한 (환율정책의) 원칙'을 지켜줄 것을 강조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최근 미국이 환율 문제에 대해 거듭 완고한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나올 이번 환율보고서는 국제금융시장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어 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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