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채권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채권은 모든 금융상품 중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이다. 특히 나라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국채는 으뜸가는 안전자산이다.

국제금융시장이 아마겟돈(혼란한 상황)에 빠져들면서 국채시장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스페인과 그리스 등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 경제의 불안한 흐름이 맞물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른바 '본드 러시(Bodn Rush)'다.

본드 러시는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첫째는 안전한 나라를 찾아 이동하는 글로벌 자금이다. 금융후진국에서 빠진 자금이 선진국으로 가는 흐름이다. 다른 형태는 같은 나라 안에서 시장만 옮겨가는 자금 흐름이다. 예컨대 주식시장에서 채권시장으로 유동성이 흘러가는 것이다.



◆안전지대 미국ㆍ독일로 향하는 글로벌 자금 = 유럽연합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는 독일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등 남유럽의 후진국(PIGS)에서 빠진 자금이 독일 국채시장으로 집중되고 있다. 독일 10년물 금리(Bund)는 1.17%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채 가격이 올라가면 금리는 내린다.

프랑스와 덴마크, 스위스, 스웨덴 등 상대적으로 우량한 국가에도 돈이 몰린다. 프랑스(2.43%) 10년물 금리는 최근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덴마크와 스위스, 스웨덴도 1일(유럽 현지시간) 사상 최저 금리를 경신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빠져 있는 영국도 국제 자금이 선호하는 곳이다. 유로존에 문제가 생겨도 영국은 그 후폭풍에서 한발짝 비켜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영국 10년물 국채금리(Gilt)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이유다(1.53%).

유럽에서 빠진 자금은 미국으로 향한다. 미국의 10년물 금리는 사상 최저치를 거푸 갈아치우고 있다. 10년물 금리는 '마의 벽'으로 여겨지던 1.5%를 뚫고 내려갔다. 1일 현재 금리는 1.46%다.

국제투자가들 사이에선 PIGS를 피할 수 있다면 어디라도 좋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두고 있다.



◆국내자금이 채권시장에 집중되는 일본ㆍ호주 = 10년물 금리가 최저치를 기록한 곳은 일본(0.82%)과 호주(2.86%) 등 아시아ㆍ태평양 국가에도 있다. 캐나다와 이스라엘의 10년물 금리도 최저치 행진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나라들은 국제자금이 몰린다기보다는 국내 금융시장 내에서 자금이 이동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식시장처럼 위험 민감도가 높은 시장에서 빠진 돈이 채권시장으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채권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있는 회사채보다는 안전한 국채를 선호하기에 국채가 인기를 끄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은 국제 자금이 많이 몰리는 곳이지만 국채시장으로 흘러가는 돈은 많지 않다. 일본 국채시장(JGB)에서 외국인 비중은 8.5%에 불과하다. 90% 이상이 일본인 투자가들이다.

글로벌 자금이 몰리면서 엔화가 오르고 있지만 그 돈이 전부 일본 국채시장으로 흘러간다고 보기는 어렵다.



◆금리 붕괴는 멘탈 붕괴 = 안전자산인 국채에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건 세계 경제에 좋지 않은 징조다. 금융시장에서 세계 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본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두더지 게임처럼 문젯거리들이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유럽 재정위기는 장기전을 각오해야 한다. 미국은 이른바 '고용 쇼크(5월 고용지표의 부진)'를 맞으면서 경기 회복에 적신호가 켜졌다.

미국과 유럽이 비빌 언덕으로 생각했던 중국은 성장둔화에 발목 잡혀 자기 앞가림하기도 벅차다. 남을 도울 형편이 아니다.

안전판이 사라진 올여름은 힘겨운 장세가 예상된다. 올해 초에 해결된 것으로 착각했던 미국과 유럽의 걱정거리가 부활했기 때문이다. 예측불허 속에 롤러코스터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고 대비할 때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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