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대기업 계열사들이 IPO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김순주 동양증권 IPO 팀장(IB본부 부장)은 4일 최근 주가 부진으로 ECM 시장 자체가 축소됐지만, 대기업 계열사들의 IPO 니즈는 여전히 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기업이 자금 조달을 하는데 부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조금씩 지연은 되더라도 IPO를 활용하려는 기업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기업은 의사결정이 전격적으로 이뤄지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장 상황이 조금만 괜찮아진다면 급격히 IPO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김 팀장은 "중소기업은 오랜 기간에 걸쳐 IPO를 준비하지만, 대기업은 그렇지 않다"며 "IPO 니즈가 있는 대기업 계열사들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와 서강대학교 MBA 석사(재무관리 전공)를 나온 그는 지난 1995년 동양증권에 입사해 법인영업부와 리서치센터를 거쳐 지난 2000년부터 IB 본부에 13년째 몸담고 있다.

김 팀장은 특히 IPO를 중점적으로 맡아 대한생명과 YBM시사닷컴, 에코프로, 게임빌 등 수많은 딜을 주관했다.

그는 "동양증권이 지난 1999년부터 지금까지 100건이 넘는 IPO를 했다"며 "그만큼 IPO에 잔뼈가 굵다"이라고 자평했다.

연합인포맥스의 리그테이블 주관순위(화면번호 8417)에 따르면 동양증권은 지난 2008년에는 심팩에이앤씨와 예스24, 세미텍, 코리아에스이 등을 주관해 4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 팀장은 지난 2009년 주관했던 모바일 게임업체 게임빌을 가장 기억에 남는 딜사례로 꼽았다.

당시 상장된 모바일 게임업체로는 매출기준 업계 1위인 컴투스가 있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게임빌이 더욱 우수한 편이었다.

김 팀장은 "게임빌은 시장에서 창의력을 인정받았던 '놈'이라는 게임과 한국 모바일게임 최초 천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던 '프로야구' 시리즈물을 보유하는 등 탄탄한 수익창출구조와 흥행요소도 갖춘 매력적인 기업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과 비교했을 때 모바일 게임은 상대적으로 라이프사이클이 짧고 매출규모가 작은 편이어서 안정성에 대한 이슈가 있었다.

김 팀장은 게임빌에 한국거래소가 모바일 게임업체 비즈니스모델의 안정성에 대해 우려한다는 점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실사할 때 관련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그는 "실사 결과 시리즈물이 있어 라이프사이클이 6개월~1년까지 나오는데다가 회사가 독자적인 기술력까지 확보하고 있었다"며 "이와 더불어 미래에 대한 전략도 충분히 짜여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 팀장은 게임빌의 안정성을 증명할 수 있는 부분들을 특히 중점적으로 데이터화한 결과 거래소 상장 심사를 무리 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그는 "심사에서 핵심 쟁점이 될 만한 이슈를 미리 인지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기업실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동양증권이 IPO 분야에 역사가 있는 하우스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게임빌의 오너를 비롯해 CFO 등 회사 차원에서도 매우 의욕적으로 함께 고민에 응해줘서 나올 수 있었던 결과"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0년 대한생명의 상장을 주관했던 김 팀장은 최근 생명보험사에 대한 주식시장의 반응이 좋지 못한 데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생보사의 본연의 가치와 이를 받아들이는 시장의 가치평가 사이에서 괴리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생보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초기에 비용이 잡히고 후에 수익이 나는 구조로 장기간에 걸쳐 현금흐름이 발생한다.

따라서 안정적인 장기투자 측면에서 매력도가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금리변동 및 경제상황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팀장은 "금융주는 보통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쓰는데 생보사는 내재가치(EV)멀티플을 써서 평가한다"며 "그러나 EV멀티플이라는 개념 자체가 국내에서는 생소하고, 생보사를 금융업종의 하나라고 생각해서 PBR로 주로 평가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진단했다.

보험사의 EV는 자산가치에 계약가치(영업가치)를 더한 것이다.

장기간에 걸쳐 보험료가 유입되는 특성을 고려해 보유한 순자산가치에 보험계약의 미래 가치를 현가로 할인한 값을 더해 산출한다.

이같이 산출한 EV에 보험사의 미래 성장가치를 곱해주고(멀티플) 발행 주식 수로 나누면 한 주의 적정가격이 나온다.

김 팀장은 "한국 주식시장에 생보사가 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대상기업도 적은 편이어서 아직 과도기에 있다고 본다"며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동양증권과 특히 동양증권 IB본부에 대한 애착을 감추지 못했다.

김 팀장은 "동양증권 IB본부는 파이낸셜 닥터"라고 자평했다.

그는 "과거 국내 증권사들은 주로 주식과 채권 등 프로덕트 중심으로 나누어 IB업무를 수행했지만, 동양증권은 지난 2007년부터 이를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며 "기업이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형태로 자금조달을 하는 IB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IPO는 고객이 증권사와 맺는 첫 인연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고객과 신뢰관계를 갖고 장기적 관점에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동양증권 IPO팀의 신념"이라고 밝혔다.

ykoh@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