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4일 서울채권시장은 지난 주말 '고용쇼크' 여파로 미국 주가지수와 채권금리가 급락한 데 따라 강세 기조 연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시장금리와 조달금리 간 스프레드 역전폭이 20bp 넘게 벌어지는 등 레벨 부담이 심각한 수준이지만, 안전자산에 대한 쏠림 현상을 제어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금리가 하락하는 주된 원인은 유럽발 위기로 대변되는 대외 불확실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와 물가를 반영한 '적정레벨'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무의미한 일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위기 도래에 따른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간의 대립 구도만이 최근의 금리 흐름을 설명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잣대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기준금리라는 일종의 정책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었다면 최근 분위기에서 국고채 금리는 더 큰 폭으로 내렸을 수도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기준금리 3.25%에 불과 5bp만 남겨 놓은 상태다.

그러나 설상가상으로 미국과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까지 가세함에 따라 안전자산에 대한 글로벌 자금의 쏠림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경기에 대한 인식 변화도 채권시장 강세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주말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하반기 경기 활력을 위해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각종 기금을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던 기존 입장에 일부 변화를 준 것으로, 하반기 경기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정부의 인식 변화가 오는 8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줄 것인지도 주목된다.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유력한 상황이지만, 기존의 매파적 발언이 약해질 가능성은 열어둘 필요가 있다.

'원화채도 안전자산'이란 기존의 평가가 흔들리지 않는다면 국고 3년물의 경우 기준금리를 위협할 만한 수준까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시일 내 기준금리를 깨고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환율이 예상 수준 이상으로 급등하는 경우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최근 다소 안정을 찾은 달러-원 환율이 대외 불확실성 고조에 따라 가파르게 치솟는다면 원화자산 전반에 대한 디레버리징 리스크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환율 상승 속도에 따라 원화채에 대한 안전잔산 논쟁이 재점화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환율 움직임에 주목해야 할 때다.

▲美 더블딥 오나…10년물 금리 1.5%선 붕괴 = 지난 주말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미국의 비농업부문 고용지표가 실망스럽게 나옴에 따라 큰 폭으로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대비 274.88포인트(2.22%) 떨어진 12,118.57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한 주 동안 2.7% 떨어졌으며 연초대비 0.8%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 노동부는 5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6만9천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가의 예측치인 15만5천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같은 달 실업률은 전달보다 0.1%포인트 상승한 8.2%를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8.1%를 예상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중국의 경제지표 역시 둔화세를 나타냈다.

중국물류구매연합회(CFLP)에 따르면 5월 제조업 PMI는 50.4를 기록해 직전월의 53.3에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유로존의 5월 제조업 PMI 역시 3년여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미국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미 고용지표와 유로존, 중국 경제지표 실망감이 확산됨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연 1.50% 아래로 내려앉아 사상 최저치 행진을 지속했다. 30년만기 국채금리 역시 2.508%까지 밀려 2008년 12월 기록한 사상 최저치인 2.505%에 근접했다.

(정책금융부 채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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