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세 기업의 수요독점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 세 회사가 한 분기에 10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리니 중산층이 몰락하고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것이다."

현직에 있었다면 한국 경제의 최고 사령탑이 됐을 관료출신이 최근 사석에서 걱정스럽게 내뱉은 말이다. 그는 과거 재정경제부 시절 대표적인 거시경제통으로 통하는 탁월한 관료 출신이다.

그는 정부가 공정거래 확립차원에서 대기업들의 공급 독점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단죄하고 있지만막강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행사되는 대기업의 수요 독점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고지적했다.

수요 독점은 막강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단가를 후려쳐 하도급 업체 등이죽지 않을 만큼만 대금을 지급하는 행태를 일컫는다. 수요독점은 하도급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결국 하도급 업체 종사자들의 실질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대기업의 수요 독점에 따른 유동성 쏠림 현상으로 중산층이 몰락하고 결국 내수기반이 취약해지는 악순환이 우리나라 경제체질을 망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 해에도 수십조에 이르는 유동성이 수요독점 기업들의 계좌에 쌓이는 반면 중산층은 실질 소득이 늘지 않아 결국 금융기관에 가서 대출을 받아야 하는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가계는 대기업이 은행에 맡긴 돈을 빌려 써야 하고 대기업은 가계로부터 이자수익까지 거두는 고약한 구조가 고착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수요독점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과제로 삼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중산층의 복원 없이는우리경제가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하는 게 무리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중산층보다는 수출 기업에 우호적인 환율 수준에 대해서도 원점에서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환율 수준이 중산층 몰락을 가속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면 거시경제 운용자들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이제 현직에 있는 후배 공직자들이 그의 조언에 어떻게 반응할지 지켜볼 차례인 것 같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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