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드라기에 유로화 약세



(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21일(미국시간)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하락했다.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즈 등 일부 기업들이 실망스러운 실적을 기록한데다 유가가 약세를 보인 여파다.

뉴욕 유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둔 데 따른 불안정한 달러화 움직임, 공급 과잉 우려 상존으로 매물이 나와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일보다 2.3% 낮아진 43.18달러에 마쳤다.

미국 국채가격은 고용지표 호조에 다음 주 예정된 4월 FOMC 성명서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 성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로 하락했다.

달러는 혼조적인 미 경제지표로 엔화에 대해 약보합권에서 움직였다.

지난 4월16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실업보험청구자수는 4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고용시장 회복이 견고한 상황임을 확인했다. 반면 4월 필라델피아 지역의 제조업 활동이 위축세로 돌아서 제조업 부문이 계속 미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화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비둘기파 발언으로 달러화와 엔화에 하락했다.

ECB는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제로(0)%로 동결했다.

드라기 총재는 통화정책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유럽 지역의 전반적인 금융 상황이 개선됐지만 세계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ECB가 목표 달성을 위해서 모든 수단을 쓸 의지가 있으며 금리가 현재 수준 이하에서 장기간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의 전반적인 금융여건이 개선됐지만 해외 불확실성이 지속한다며 물가가 목표치인 2%로 복귀하는 데 필요하다면 경기부양에 적절한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드라기 총재는 중앙은행이 직접 유동성을 주입하는 초강력 양적 완화를 의미하는 '헬리콥터 머니'에 대해서 전혀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 주식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13.75포인트(0.63%) 하락한 17,982.52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0.92포인트(0.52%) 떨어진 2,091.4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24포인트(0.05%) 낮은 4,945.89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하락 출발한 지수는 장중 하락 폭을 확대했다.

다우지수와 S&P 500지수는 주요 심리적 지지선인 18,000선과 2,100선을 각각 밑돌았다.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즈 등 일부 기업들의 실적이 시장 예상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 지수 하락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업종별로는 통신업종이 2.5% 이상 하락하며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고 유틸리티업종도 2% 넘게 떨어졌다. 이외에 에너지업종과 금융업종, 산업업종, 소재업종 등이 내림세를 보이는 등 헬스케어업종을 제외한 전 업종이 하락했다.

개장 전 실적을 발표한 미국 1위 이동통신업체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즈의 주가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월가 예측치를 밑돌아 1.6% 하락했다.

회사의 1분기 매출은 321억7천만달러로, 일 년 전 대비 0.6% 늘어났지만, 애널리스트 예상치 325억달러는 밑돌았다.

애플의 주가는 주요 공급회사인 퀄컴 주가가 하락한 데 따라 1% 넘게 떨어졌다. 애플의 주가는 지난해 4월 28일 기록한 52주 고가보다 21%가량 하락한 상황이다.

애플은 분기 실적 발표 날짜를 하루 연기해 오는 26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퀄컴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 실적을 발표했지만 칩 출하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에 0.8% 내렸다.

반면, 미국 1위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주가는 올해 1분기 주당 순익이 예상치를 상회해 1.4% 이상 상승했다.

GM은 특별 항목을 제외한 1분기 주당 순익이 1.26달러를 나타내 팩트셋 조사치 99센트를 웃돌았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주가는 매출이 5분기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를 보인 데 따라 0.9% 올랐다.

뉴욕유가는 이틀간의 큰 폭 상승과 다음 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둔 데 따른 불안정한 달러화 움직임, 공급 과잉 우려 상존으로 매물이 나와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이날 장전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에도 주목했다.

지난 4월16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실업보험청구자수는 4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고용시장 회복이 견고한 상황임을 확인했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수가 6천명 감소한 24만7천명(계절 조정치)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이는 마켓워치 조사치 26만5천명을 밑돈 것이며 1973년 11월 24일 이후 최저치다. 실업보험청구자수는 1973년 이후 가장 긴 시간인 59주 연속 30만명을 밑돌았다.

4월 필라델피아 지역의 제조업 활동이 위축세로 돌아서 제조업 부문이 계속 미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라델피아연방준비은행은 4월 필라델피아연은 지수가 전월의 12.4에서 마이너스(-) 1.6으로 급락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조사치는 10.0이었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이 작성하는 국가활동지수(CFNAI)는 산업생산과 주택 건설 둔화로 마이너스(-) 영역에서 두 달째 움직였다.

시카고 연은은 3월 CFNAI가 전월의 -0.38에서 -0.44로 내렸다고 발표했다. CFNAI가 -0.70 아래로 떨어지면 경기 침체를 의미한다.

지난 3월 미국의 경기선행지수(LEI)는 소폭 상승했다. 콘퍼런스보드는 3월 경기선행지수가 0.2% 상승한 123.4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주식시장이 지난 2개월 동안 급격한 상승 흐름을 나타냈다며 시장이 소폭 하락세를 나타내거나 쉬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3.99% 상승한 13.81을 기록했다.

◇ 채권시장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21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현재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가격은 전장보다 5/32포인트 낮아졌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1.8bp 오른 연 1.870%를 기록했다. 이날 수익률은 지난달 28일 이후 최고치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0.8bp 상승한 연 0.814%를 보였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4.2bp 높아진 2.698%를 나타냈다.

국채가격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예상대로 추가 완화 조치에 나서지 않은 가운데 고용지표가 43년 만에 가장 좋은 성적을 보인 영향으로 하락했다.

다만 고용지표 외에 지표들이 악화해 국채가 낙폭은 제한됐다.

4월 필라델피아 지역의 제조업 활동은 위축세로 돌아섰다.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이 작성하는 국가활동지수(CFNAI)도 산업생산과 주택 건설둔화로 마이너스(-) 영역에서 두 달째 움직였다.

린제이그룹의 피터 부크바 분석가는 "필라델피아 연은 제조업지수가 좋지 않았지만 일시적일 수 있다"며 "달러 약세가 제조업 낙관론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관투자자들은 160억달러 어치의 5년 만기 미국 물가연동국채(TIPS) 입찰에서 강한 수요를 보였다. 직접 응찰률은 8.2%로 2013년 12월 이후 가장 높았다.

이는 유가 상승과 위험자산 선호에 따라 물가연동국채를 매수하고 일반 국채를 매도하는 '인플레이션 거래'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이날 10년물 국채와 동일 만기 TIPS(물가연동국채)간 스프레드인 BER(break-even rate)은 165bp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달 기록한 고점에 근접한 수준이다.

미국채와 마찬가지로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 등 수익률이 너무 낮다는 인식과 낮은 인플레이션을 빠르게 해결하겠다는 드라기 총재 발언 여파로 가격이 하락한 것도 미국채 가격에 영향을 끼쳤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뉴욕증시가 하락한 영향으로 낙폭을 줄이면서 마쳤다.

이자율 전략가들은 원자재 가격, 주식 등의 위험자산 가격 회복세는 연준이 비둘기파 성향일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며 하지만 고용지표 호조와 유가 상승이 연준이 비둘기에서 매로 변해도 된다는 명분을 쌓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따라서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이 수요 증가가 아니라 공급 감소에 의한 것이라도 물가 상승은 연준에 고민거리라며 특히 물가 상승압력에도 경제 성장이 중간 정도밖에 안 되는 상황은 6월 FOMC를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독일 10년물 수익률은 9.1bp 오른 0.238%를 보였다. 이는 한 달 내 가장 높은 수준이다.

◇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21일 오후 늦게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1286달러에 거래돼 전날 가격인 1.1296달러보다 0.0010달러 내렸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23.55엔을 나타내 전날 가격인 124.04엔보다 0.49엔 낮아졌다.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09.45엔을 기록해 전날 뉴욕 후장 가격인 109.83보다 0.38엔 하락했다.

유로화는 ECB가 추가 통화완화 조치를 발표하지 않자 달러화에 대해 한때 1.1393달러까지 상승했다가 기자회견에서 드라기 총재의 추가 완화 시사 발언이 나오자 1.1272달러 수준까지 고꾸라졌다.

드라기 총재는 물가와 경기 상황을 우려하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ECB는 이날 모든 정책금리를 동결하고 지난 3월 발표한 것과 같이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800억 유로로 확대했다. ECB는 지난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 인하, 채권매입 확대에 이어 목표물 장기대출프로그램도 2차로 가동하기로 한 바 있다.

달러는 혼조적인 미 경제지표로 엔화에 대해서 약보합권에서 움직였다.

분석가들은 고용지표의 호조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6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달러 가치를 상승하게 하는 재료다.

BNP파리바의 피터 고라 FX헤드는 "미 경제지표는 매우 좋다"며 "현재 달러 가치에는 연준의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크레디트아그리꼴의 매누엘 올리베리 전략가도 "미국 내의 여건은 궁극적으로 연준을 더 매파적으로 돌아서게 할 것"이라며 "이는 달러 절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이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2%에, 11월과 12월 인상 가능성은 각각 47%와 65%로 반영했다.

외환 전략가들은 다음 주 FOMC에서 기준금리는 동결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성명에 매파 성향 문구가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며 FOMC로 시선을 돌렸다.

전략가들은 위험자산 가격 회복이 지속되면서 엔화 강세가 주춤거리고 있다며 유가 상승이 계속된다면 뉴욕증시에 호재가 되고, 이는 달러 가치가 강세로 가는 부담을 줄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원유시장

2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일보다 배럴당 1달러(2.3%) 낮아진 43.18달러에 마쳤다.

유가는 개장 초 공급 과잉 해소에 대한 기대에도 달러화의 움직임이 불안정한 모습을 나타내 낙폭을 확대했다.

달러화는 주간 고용지표 호조 등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4월 26~27일 FOMC 정례회의 성명이 예상보다 매파적일 수 있다는 전망으로 유로화에 반등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었지만 시장은 FOMC 회의에 더욱 주목했다. 이 때문에 유로화는 달러화에 내림세를 나타냈다.

이날 6월 산유량 동결 기대를 높이는 발언 등이 나왔지만 시장은 주요 산유국들이 카타르 도하에서 동결 합의에 실패한 이후 석유수출국기구(OPEC)발 소식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 모습을 나타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이날 비OPEC 산유국들의 생산량이 25년 만에 최대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올해 말이나 늦어도 내년에는 국제 원유시장이 균형을 되찾아 유가가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미국과 캐나다, 러시아, 남미 등에서 지난 2년 동안 원유 투자가 40% 가량 급감했다며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원유 수요는 건전한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압달라 알-바드리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은 이날 올해 3분기부터 원유시장이 리밸런싱을 시작할 것이라면서 주요 산유국들의 생산량 동결 합의 실패에도 2017년 원유시장은 긍정적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알-바드리 총장은 OPEC 회원국들이 오는 6월 회의 이전에 산유량 동결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유가에 긍정적인 발언에도 러시아와 이란 등 일부 산유국들이 증산에 나선 것이 유가 상승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러시아의 산유량은 현재 사상 최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하루 400만 배럴의 산유량 달성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과 회동할 예정이며 5월에는 여타 산유국들과도 산유량 동결을 위해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지난 3월 원유 수입은 정부의 전략비축유 재고 증가 때문에 전년 대비 21.6% 늘어난 하루 770만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그러나 상업용 수요가 수입 증가를 견인한 것이 아니라는 분석으로 유가에 긍정적 재료로 작용하지 못했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달러화 약세 등으로 이번 주 내내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로 자금이 급격히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채굴장비수 급감에 따른 미국의 산유량 감소 전망 역시 전 세계 공급 과잉 우려를 해소할 것으로 보이는 것도 유가 강세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그러나 공급 과잉을 확실하게 해소할 만한 수요 증가나 감산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위기가 이날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고 이들은 풀이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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