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유럽 재정위기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없다'던 정부도 각종 연기금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서기로 했다.

유럽발 쇼크가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데다 지난주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는 등 한국도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되면 한국경제도 태풍의 소용돌이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출입기자단과 북한산 산행행사 후 간담회에서 "경제안정 관점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지만, 경제 활력과 성장 관점에서는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라며 "하반기 경기 활력 제고를 위해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각종 기금을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상황까진 아니나, 정부가 운용하는 기금 중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일반기금 20%, 금융성기금 30%까지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는 6월 말에 발표할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이를 구체화하기로 했다.

이는 그동안 '상고하저'식 경기전망을 토대로 상반기에 재정 조기집행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면, 하반기부터는 민간부분을 위주로 서서히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부의 기존 인식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의미다.

박 장관도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6∼7월 대외적으로 많은 일이 예상돼 그 결과에 따라 하반기 우리나라 경제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유럽발 태풍이 한국을 비켜가지 않고 직접 강타할 경우 당초 정부가 전망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3.7%도 수정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정부도 대외발 불확실성 확대에 대해서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도 "유럽 재정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기금 확충 등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이 가시화된 데다 앞으로 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이 바뀔 경우 재정정책과 정책공조차원에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에도 일정부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정책당국은 인위적인 경기부양에 대해서는 여전히 인색한 반응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이 향후 경기운용에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당장 올해 경제전망을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현재로서는 대외상황의 전개과정을 지켜보면서 경기둔화가 현실화될 경우에 대응할 수 있는 기금확충과 같은 사전적인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도 지난달 25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서 "현재로서는 앞으로 경제도 기존 성장률 전망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을 쓰는 것도 위험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통화정책기조와 관련, "리먼 사태 당시와 현재는 통화정책을 둘러싼 환경이 다르다"며 "과거 리먼사태 때는 경기둔화와 맞물려 글로벌 금융불안으로 국내 금융기관도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으나, 지금 국내 금융기관들에 유동성 공급해야 할 정도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책금융부 외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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