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금융시장의 큰 흐름을 결정할 중요한 시기가 임박했다. 달러와 엔, 유로 등 환율 시세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회의가 잇따라 열리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환율 문제에 대한 미국 재무부의 입장을 담은 환율보고서도 이번 주에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 보고서는 통상 4월과 10월에 발표된다.

최근 미국의 행보를 보면 달러가치의 상승을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달러 현상이 미국의 수출에 악영향을 줘 경기회복을 가로막고 하반기로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인상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이 최근 열린 G20(주요20개국) 회의에서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을 만나 일본 외환당국의 환율 개입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것 역시 이런 문제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 일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올리면 달러 가치는 오르게 되고, 세계 금융시장을 불안에 빠뜨리는 원인이 된다. 이는 부메랑이 돼 연준의 금리인상을 억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1월부터 시작된 세계 금융시장 불안 때문에 연준이 금리인상 목표 횟수를 절반(4회→2회)으로 줄인 것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결국 미국 정책당국의 목표는 달러 가치를 안정시키면서 하반기부터 금리인상 궤도를 밟는 것 일게다.

미국의 4월 통화정책 회의는 이르면 6월부터 시작될 금리인상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회의가 될 것이다.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는 순항하고 있고, 세계 경제의 불안 요인도 어느 정도 수면에 가라앉은 상태다.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위한 포석을 깔아놓을 가능성이 있다. 10명의 통화정책 위원 중 3명은 금리인상 의견을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엔화 강세를 관리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일본 외환당국의 움직임도 주시해야 한다.

일본은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이번 주 열릴 회의에서 추가 금리인하나 양적완화 확대 등 완화정책을 내놓는 것이다. 아니면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해 엔화 약세를 유도하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외환시장 개입은 물론 추가 완화대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미국이 환율보고서에서 일본의 정책을 어떻게 평가할지도 일본 외환당국은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사회의 비난의 예봉을 피하면서 엔고를 저지해야하는 일본의 입장은 그만큼 곤혹스럽다.

일본은 정책당국자들의 잇따른 구두 개입으로 달러-엔 환율을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아베노믹스의 성패가 엔저 정책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시장참가자들도 일본의 추가대책이 나올 것에 대비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제 일본의 행동이 뒤따라야 할 때다. 최근 잇따라 내놓은 일본 당국자들의 말이 허언으로 끝난다면 외환시장은 또 한번 소용돌이 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하면서 엔고를 무력화시킬 묘수가 나올지 주목된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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