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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과 이탈리아인, 그리고 포르투갈 사람 - 이 세 사람이 술집에서 같이 술을 마셨다. 술값은 누가 내었을까? 정답은 ‘독일사람’이다.

종무식 파티 때 나올 법한 난센스 퀴즈이로되, 현재 유럽의 상황을 바로 보여주는 유머이다. 나라 재정을 엉망으로 만든 그리스며 이탈리아 등을 왜 우리 세금으로 도와주어야 하느냐는 독일 사람들의 불만이 유머에 녹아있다. 하긴, 내가 독일 사람이더라도 울화통이 터지겠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한 것이 하나 있다. 독일이 유로화 덕분에 엄청난 혜택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유로화로 통합되면서 유로 지역 15개국이 마치 독일의 안방이 된 것과 마찬가지가 아닌가! 동, 서독의 통일로 흔들렸던 독일이 이만큼 성장하였던 것이 유로화의 덕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독일이 일정부분 다른 유로국가들을 도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투덜거릴 일이 결코 아니다.

퀴즈(?)를 하나 더 풀어보자. 유럽은 그리스에 대하여 전액 구제 금융을 해주기로 합의하였다. 그런데 그리스는 결국 구제 금융을 받지 못하였다고 한다. 왜 그럴까? 정답은? ‘그리스 사람 누구도 구제금융 서류가 완성되도록 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유머이다. 그러나 언뜻 그리스 사람들은 게으르다는 인상을 받는지라 이런 말이 나돌 법도 하다. 엄청난 재정 적자로 국가부도위기에 처해있는데도 그들은 정작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적극적이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TV에 비치는 그리스 사람들은 ‘긴축재정 반대’를 외치는 데모를 벌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도 반론이 있다. 그리스 사람들은 억울하다. 다른 나라 사람들의 비난에 충분히 할 말이 있다. 첫째로, 긴축재정에 협조하기는커녕 반대하는 데모나 한다는 비아냥거림에 대하여 이렇게 항변한다. 그리스는 현재 살인적인 실업률 상태인지라 일자리를 잃으면 재취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건 생존의 문제이다. 그러니 버텨야 한다. 당신이라면, 일자리에서 내쫓기는 즉시 굶어 죽을 판국인데 가만히 앉아서 ‘잘리는’ 쪽을 택하겠는가?

둘째로, 유머에 나왔듯 ‘그리스 사람들이 게으르다’는 것도 편견이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맥킨지의 보고서 <그리스, 앞으로 10년(Greece, 10 Years Ahead)>에 의하면 그리스의 노동시간은 오히려 북유럽 평균보다 많다. 그런데도 왜 문제일까? 생산성이 형편없이 낮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35달러로, 유럽 전체평균 49달러, 혹은 독일, 프랑스 평균 55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그리스는 과거에 실업 해결을 위하여 만만한 공무원을 양산하였다. 인구 천만 명 남짓한 그리스에 공무원만 백만 명이 넘는다. 예컨대 한 사람으로 충분한 일을 서너 사람이 하는 꼴이니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생산성이 높을 리 만무하다.

그리스 사람들도 나름대로 할 말이 있고 억울하겠다. 하지만, 당장 시급한 것은 이들 탓에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으며, 그 여파로 졸지에 아무 죄 없는 우리나라 시장도 앞날의 전망이 밝지 못하다는 점이다. 새해가 밝았는데, 각 증권사에서 펴낸 올해 전망을 읽어보니 화끈하게 “상승! 또 상승!”을 주장하는 의견은 찾기 어렵다. 다들 상저하고(上低下高), 전약후강(前弱後强) 운운하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할 따름이다.

올해는 흑룡이라고 하는데, 무언가 비책은 없을까? 혹시 하늘에서 여의주라도 내려오지 않으려나?

(코스피지수 연간전망)

새해도 되었으니, 오늘은 단기적인 주간전망보다는 좀 더 시야를 넓혀 엘리어트 파동이론을 빌려 장기적인 뷰(view)를 생각해보기로 하자. 물론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말하거니와 엘리어트 파동이론의 해석이 그 자체로 매우 주관적인데다, 또한 아무래도 장기적인 탓에 향후 주가변동에 따라 견해가 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엉터리가 될 우려에도, 전체적인 시장의 흐름을 읽는다는 측면에서 나름 내 의견을 펼치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나 역시 올해 전망에 대하여 여전히 비관적이다. 엘리어트 파동이론으로 분석할 때 코스피지수는 올해 내내 하락, 조정파동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뒤로 물러나 생각해볼 때, 2008년10월의 892 바닥에서 출발한 상승파동이 2011년 4월의 2,231에 이르러 모두 5개의 상승파동으로 완성되었다는 사실에는 이론이 없다. 그 과정의 파동을 보더라도 각각 1-2-3-4-5의 파동으로 날씬하게 세분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상승파동이 5개의 파동을 만들면서 완성되었다면 그다음 순서는 A-B-C로 이어지는 하락, 조정 파동일 뿐이다. 그러기에 2,231부터 시작된 하락 파동이 바로 그것이다. 일단 지수는 작년 9월 1,644까지 하락하였다가 이후 약간 반등하고 있다. 그런데 작년 8월에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탓에 지수가 1,700 이하로 추락한 것, 즉 1,644를 조정파동의 완성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너무나 옹색하다. 무엇보다 기간이 너무 짧으며 또한 조정폭도 너무 작다.

892에서 2,231에 이르는 상승파동은 대략 2년6개월 정도 이어졌다. 그런데 작년 4월의 2,231에서 9월26일의 1,644까지의 하락으로 ‘조정파동 끝’을 외치려니 그 기간은 고작 5개월에 불과하다. 이건 말이 아니다. 엘리어트 파동이론에 “조정파동은 일반적으로 충격파동보다 길다”라고 똑똑히 나와 있다. 따라서 1,644를 바닥으로 볼 수 없다 - 이 이야기는 결국 1,644 전저점을 무너뜨리는 하락파동이 반드시 나타나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기에 나는 2,231에서 1,644를 조정파동 ‘전체’가 아니라, 조정파동 중의 ‘일부’, 즉 A 파동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반등의 형태로 나타나는 B파동에 이어, 다시 무시무시한 하락파동 C가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게 앞서 밝혔듯 아마도 1,644를 하회하는 파동으로 전개될 것이다.

또한 2,231에서 1,644에 이르는 조정파동을 세분하면 A-B-C의 꼴보다는 1-2-3-4-5의 형태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이는 조정파동이 플랫(flat)이나 불규칙(irregular)이 아니라 지그재그(zigzag)의 꼴이 될 공산이 높다는 말이 된다. 지그재그에서는 통상적으로 반등 B파동의 길이가 하락 A파동의 61.8%를 넘기지 못한다. A파동의 길이는 2,231-1,644=587포인트였다. 이것의 61.8%는 587x0.618=363포인트가 된다. 여기에 9월의 바닥 1,644를 더하면 반등 B파동의 고점은 잘해야 1,644+363=2,006 정도로 정해질 것이라는 계산이 성립된다.

강조하지만, 이런 견해는 앞에서 밝혔듯 매우 주관적이며, 향후 시장 전개에 따라 언제라도 바뀐다. 원래 시장이라는 곳이 흐름이 한창 좋을 때에는 너도나도 낙관론을 피력하고, 그러다 시장의 흐름이 하락세로 기울면 낙관론은 썰물처럼 사라지고 온통 비관론만이 난무하는 법이다. 나 역시 시장의 비관론에 편승하여 괜히 쓸데없는 의견을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달러-원 연간전망)

앞서 코스피지수의 장기 전망을 말했으므로 달러-원도 다소 긴 흐름을 생각해본다. 연초 각 금융기관의 전망을 읽어보면 달러-원은 대체로 올해 내내 하락하기는 하겠으나 하락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나 역시 달러-원이 올해 내내 완만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의견은 같다. 다만, 시장의 의견이 달러-원이 올해 내내 대체로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인 데 비하여, 나는 올해 달러-원은 대체로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방송에서(혹시 지난주에 이 글을 읽지 않은 분이 있을까 하여 다시 알린다. 요즘 나는 뉴스Y의 <마켓워치>에 매일 출연하고 있다. 굳이 밝히는 이유는 TV 좀 봐달라는 뜻이다.) 나는 작년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이 ‘8월5일 이전’과 ‘8월5일 이후’로 나뉜다고 밝혔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된 사건을 전후해서이다. 달러-원도 같다. 차트를 보면 정확히 8월5일을 기점으로 추세가 바뀐다.

2009년3월의 1,597원을 고점으로 하여 시작된 달러-원의 하락세는 8월5일의 1,048원을 바닥으로 하여 상승세로 돌아섰다. 8월 이전만 하더라도 당국은 물가불안을 이유로 달러-원의 하락을 용인하였던 터. 그러나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악재를 만나면서 달러-원은 급등하였다. 현재도 마찬가지. 상승세이다.

일목균형표의 일간차트는 물론이고, 주간차트 역시 상승 흐름이 뚜렷하다. 구름의 아래에 내내 머무르던 달러-원은 8월5일부터 즉각 오르기 시작하였고, 결국 작년 12월9일에 구름 상단을 뚫고 위로 올라섰다. 2년 반 이상 이어졌던 하락세가 끝나고, 상승세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단순무식하게 말하여 달러-원이 구름 상단을 넘어섰다는 사실만으로도 달러-원은 상승세이다. 더구나 환율이 구름을 단박에 상향 돌파한 것이 아니다. 그동안 달러-원은 상승세로 돌아서려고 나름대로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온갖 고난 끝(2011년9월부터 달러-원은 구름 안에 머무르며 구름을 벗어나려고 그야말로 사투를 벌였다)에 얻어진 결과인지라 쉽사리 구름 아래로 물러서며 하락세로 기울 공산은 낮다. 일목균형표에다 다른 기술적 지표- 예컨대 MACD만 하더라도 상승을 말하고 있다. 그러기에 길게 보지 않더라도 당장 달러-원 역시 상승압력을 받는 편이다.

나는 코스피지수가 당분간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맥락이라면 달러-원은 상승세로 보는 편이 합당하겠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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