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정지서 기자 = 한진해운 채권단이 4일부터 조건부 자율협약을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진해운 안팎의 사정을 고려했을 때, 신규자금 공급에 대한 채권단의 우려는 여전한 모양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NH농협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부산은행 등 한진해운 7개 채권금융기관은 오는 4일부로 조건부 자율협약을 개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 29일 부산은행을 제외한 6개 채권금융기관은 긴급 실무자회의를 열어 한진해운의 조건부 자율협약에 대한 추가 논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최근 협약채권기관 탈퇴를 선언한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문제와 더불어 한진해운의 추가 자구안 마련에 대한 필요성 등이 논의됐다.

이에 전일 한진해운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자율협약 선결 조건에 대한 조율을 거친 추가 자구안을 공식적으로 제출했다.

해당 자구안에는 용선료 인하 협상을 3개월 내 완료하고, 임원 임금을 최대 50% 절감하는 등 36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계획이 담겼다.

채권금융기관이 전원 조건부 자율협약에 동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진해운은 3개월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제출한 추가 자구안에 대해 채권단은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용선료 인하 협상을 3개월 내에 완료하는 것은 현대상선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금융당국 등이 최대한 배려해 준 시기인데다, 대주주의 사재 출연과 같은 유의미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다.

A 채권단 관계자는 "사실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개시와 관련해 추가 자구안이나, 신보의 협약기관 탈퇴 등은 협약을 개시하는데 영향을 주는 이슈가 아니다"며 "자율협약 개시는 우선 채무상환 유예가 확정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는 개시 이후 정확한 실사를 통해 한진해운에 얼마만큼의 신규 자금이 투입될 것인가가 핵심"이라며 "담보할 자산이 없는 한진해운에 채권단이 무조건 신규자금을 지원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금융권 안팎에서는 한진해운이 오는 6월까지 최소 2천억원 이상의 추가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진해운 역시 2천억원의 신규 자금 필요성을 채권단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한진해운의 자금 상황에 대해 채권단은 부정적이다.

B 채권단 관계자는 "용선료나 어음 등을 고려해 한진해운은 당장 신규 자금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산은도 추가 신규자금 공급을 채권단에 무조건 부의할 수 있는 상황은 못된다"며 "경기민감업종을 특별히 관리하겠다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취지 아래 안건을 부의하더라도 현 상황에서 채권단 전체의 동의를 구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협약 절차가 진행 중인 현대상선이나, 한진중공업 사례와 한진해운은 자산 구성 측면에서 다른 케이스"라며 "자산을 담보로 긴급자금이 투여될 가능성도 객관적인 관점에서 없다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C 채권단 관계자는 "정부가 출자나 코코본드 발행 등을 통해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지원은 안 된다"며 "채권단은 물론 산업의 구조조정 측면에서도 무조건적인 지원이 옳은가에 대해선 고민해 봐야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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