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취약업종 신규 여신 최소화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대기업 구조조정 여파에 휘청인 NH농협금융이 '빅배스(big bath)'를 단행한다.

외형 성장에 급급했던 NH농협금융그룹은 본연의 특수성에 걸맞게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기로 했다.

김용환 NH농협금융그룹 회장은 3일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강한 의지로 빅배스를 실시해 금융그룹의 건전성과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취임 이후 가장 주력한 부분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의 규모와 향후 2년내 부실채권이 될 가능성이 있는 자산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었다"며 "이제 한번은 정리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빅배스(big bath)'는 목욕을 철저히 해 몸에서 더러운 것을 없앤다는 뜻으로 흔히 잠재된 부실 자산을 털어내는 회계 기법을 말한다. 부실이 사라진 기업은 실적이 개선되는 빅배스 효과에 힘입어 턴어라운드에 성공하기도 한다.

NH농협금융그룹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35%나 줄었다. 농협은행이 창명해운 충당금을 2천억원 가까이 쌓은 탓에 64% 넘게 당기순이익이 급감한게 악재가 됐다. 농협은행은 STX조선과 현대상선에도 각각 413억원과 247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김 회장은 "지난 1분기에 조선과 해운업을 중심으로 충당금을 꽤 쌓았지만 올해 2, 3, 4분기 실적도 장담할 수 없다"며 "적자가 나더라도 한번은 털어내야 빨리 회복할 수 있고,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간 NH농협금융그룹 내부에서도 빅배스에 대한 필요성은 인지됐지만, 실제로 언급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김 회장은 지난달 28일 농협중앙회 이사진들에게 부실 채권 규모 등 부실자산에 대한 보고를 진행했다. 다음날 438명의 농협 계열사 임원들이 함께한 리더십 콘퍼런스에서도 부실 자산을 정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김 회장은 "중앙회를 통해 처음으로 빅배스가 거론됐고 이는 엄청난 진전"이라며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중앙회와 좀 더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외형 성장보다 질적인 성장을 위한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판단이 빅배스의 가능성을 확대한 셈"이라며 "구체적인 규모를 언급할 순 없지만, 워크아웃이다 등급이 내려간 채권, 취약업종 자산 등을 중심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년간 내실 다지기에 주력한 NH농협금융은 여신 심사와 감리, 산업분석 등 전반적인 리스크 관리 인프라를 정교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일례로 외부 전문인력 7명을 충원해 금융지주 내 산업분석팀을 신설했다. 그간 체적으로 분석하던 업종의 규모는 기존 24개에서 143개로 급증했다.

조기경보시스템과 편중여신 한도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업여신평가 시스템도 고도화했다. 은행 시스템의 우위 요소를 비은행 계열사로 확대해 추진한 셈이다. 2014년 30명 수준이던 NH농협은행 신용감리부 인력도 올해 52명까지 늘었다.

NH농협금융은 이러한 내부 시스템을 바탕으로 앞으로 취약 업종에 대한 신규 대출을 자제할 계획이다. 다만 기존 가계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은 변함없이 진행하기로 했다.

김 회장은 "대기업 여신은 부실자산이 정리될 때가지 신규 취급이 어렵겠지만, 기존의 가계와 중소기업 대출은 꾸준히 유지할 것"이라며 "새로운 기술을 가지고 있거나 농식품 관련 기업 등 성장 가능성과 미래 기술이 있는 기업은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밖에 자산운용과 해외진출을 기반으로 계열사간 시너지 경영 사례도 소개됐다.

우선 은행과 증권이 CIB(기업투자금융)협의체를 구축하고, 은행과 증권의 프라이빗에쿼티(PE)를 통합해 자산 운용 경쟁력을 강화했다.

또한 중국의 공소그룹이나 인도네시아 만다리 은행 등과 함께 합작 사업도 추진 중이다. 오는 12월에는 농협캐피탈과 LS엠트론의 합작 법인도 미국에 설립된다.

김 회장은 "수익성과 건전성 지표를 매일 챙기며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내부 조직과 인력 운용을 개선하고, 은행을 중심으로 성과주의를 도입해 농업과 연계한 경쟁력있는 금융회사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