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4일 회사채시장의 참가자들이 생각하는 만큼 중국 정부가 부도 위기에 몰린 기업에 구제금융을 지원할 의사가 없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며 중국 회사채시장에 불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회사채시장은 은행 대출 벽이 높아지면서 2010년 무렵부터 발행량이 급증했으며 세계에서 제일 큰 9천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문제는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기업 이익이 감소하면서 작년 전체 건수와 맞먹는 22건의 부도가 올해 들어 현재까지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 수치는 작아 보이지만 채권 부도를 낸 기업의 70%가 국영기업이라는 점이 투자자들의 기본 전제를 흔들고 있다. 통상 국영기업은 정부가 파산을 막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부 시장참가자들은 그동안 정부가 정책지원을 지속한 탓에 수익성 없는 기업의 자금조달이 수월했던 만큼 이번에 국영기업의 부도를 일정 부분 내버려두는 것이 회사채시장의 위험을 재평가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어느 국영기업이 안전한지 모른다면 시장을 이탈할 위험은 그대로 남는다. 이미 신용등급이 'A'인 회사채보다 'AAA'로 가장 높은 회사채에 붙는 프리미엄이 사상 최대로 높아졌다.
또 부도율 상승이 회사채 신규발행을 줄인다면 중국 경기 둔화는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윈드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올해 중국 기업은 72건의 회사채 발행을 취소했고 16건을 연기했다. 4월 중국 내 회사채 발행 규모는 3월보다 45%가 줄었다.
영국계 신용평가사인 피치의 앤드류 카훈 아시아태평양 국가신용등급 헤드는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부도율 상승을 놔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은행과 신용제공자들이 낮은 신용등급에 대해서 대출을 꺼리게 하고 결국 중국 경제를 경착륙하게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중국철도소재(China Railway Materials)의 부채 구조조정은 국영기업이 어떻게 방치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철도소재는 지난달 11일 168억 위안(26억 달러)의 채권 거래를 중지시키고 은행과 부채 구조조정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국영기업은 과거 파산에 몰리면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계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현재 중국 정부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산업이 아니거나 상대적으로 종업원이 작으면 지원하지 않고 있다.
무디스의 이반 청 중국 신용연구 부서 헤드는 "중국 정부는 게다가 일부 국영기업 파산을 내버려두면서 이들 기업이 자체적으로 부채 구조조정을 하기를 유도하고 있다"며 "사실 국영기업들은 파산 시에만 개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부도가 난 중국 국영기업들은 광업, 중공업 등 중국 경기 둔화로 고전하는 분야에 속해있다.
미국계 신평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크리스토퍼 리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실물 경제는 상당히 약하고 일부 업종은 침체상태"라며 "국내 투자자들은 완전하게 그들의 위험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중국 증시가 망가진 것도 중국 회사채시장의 왜곡을 심화시켰다. 투자자들이 주식에서 자금을 빼서 회사채로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이는 회사채 금리를 가파르게 낮추면서 위험에 대한 민감도를 둔감하게 했다.
또 중국 회사채 발행기업의 85%가 중국 신용평가사에 의해 'AA' 등급 이상을 받는 등 후한 대접을 받는 점도 문제다. 무디스는 세계 기업들의 3%에 대해서만 이런 등급을 매긴다.
이런 국내외 신평사의 중국 기업에 대한 눈높이 차이는 더 확대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중국 신평사는 43개 기업의 신용등급을 높이고 29개를 낮췄지만 무디스와 S&P는 같은 기간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한 102개 중국 기업의 등급과 등급 전망을 낮췄다. 해외 신용평가사가 등급을 상향 조정한 것은 5곳뿐이다.
중국은행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2014년 말 이후로 해외보다는 국내에서 더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현재 국내 조달 금리가 해외보다 2% 낮다.
대표적으로 안톤 오일필드 서비스그룹은 중국 내에서 발행해서 올해 만기도래하는 회사채의 금리가 6.01%이지만 2018년 만기인 미국 달러 표시 회사채는 27.43%에 달한다.
liber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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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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