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이 지난달 발간한 환율보고서는 여러모로 놀라웠다. 이제까지 미국이 주변 국가들을 상대로 보낸 메시지 가운데 가장 강력했다. 전통적 우방으로 여기던 일본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정하고,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말 것을 노골적으로 주문했다. 과거 환율보고서에서 일본의 엔화 절하 및 양적완화에 대해 사실상 눈감아 줬던 것과 비교하면 한층 강화된 메시지다. 독일과 중국에 대해서도 환율을 움직여 경상수지에서 이득을 보지 말라고 으름장을 놨다.

미국 환율보고서는 표면적으로는 상대 나라에 환율 평가절하를 제한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이면에는 미국의 경제이익을 위한 다양한 포석이 깔려 있다. 단순히 환율만 잡으려는 게 아니라 미국 경제의 발전을 위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의 제조업 부활 프로젝트와 연계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현재 제조업 혁명을 진행중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고 추락하던 미국은 셰일가스 혁명과 3D프린터, 인공지능(AI), 로봇, 전기자동차, 나노기술 등 앞으로 10년 먹을거리를 준비하며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셰일가스를 이용해 원가를 낮추고 각종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제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만들어 강력한 미국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첨단 기술 경쟁력에 환율 경쟁력까지 갖춘다면 미국의 제조업은 천군만마를 얻는 셈이다. 이 연장선상에서 제조업 경쟁국의 손발을 묶는 환율보고서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독일과 일본, 중국, 한국, 대만 등 5개 나라는 제조업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나라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나라를 상대로 환율에 강력히 제동을 건 것은 결국 미국 자신이 앞으로 제조업에서 역량을 확대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정책당국은 향후 달러가치 상승을 억제하고, 경쟁국의 환율을 잡는데 총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이컵 루 재무장관이 최근 일본을 상대로 전례없이 강한 압박을 하는 것은 달라진 미국의 정책기조를 반영하는 신호탄으로 봐야할 것이다. 앞으로 미국은 일본 뿐만 아니라 제조업이 강한 국가들을 상대로 강한 압박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이러한 미국의 기조는 대략 2030년까지로 예상되는 4차 산업혁명 기간 내내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미국 제조업 부흥을 위한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짙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기간에 세계의 공장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뀌는 과정이 진행될 것이며, 글로벌 산업구조가 자연스럽게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 관찰 대상국에 오른 5개국은 당장 환율조작국에 지정되지 않았으니 다행스럽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제조업 대국을 향해 달려가는 미국에 걸림돌이 된다면 언제든 시범케이스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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