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초장기물이 유행이다. 국채의 경우 100년물 채권이 나올 정도다. 회사채도 20년물 등 장기물이 속속 등장한다. 회사채의 경우 일반적으로 10년물 이상일 때 초장기물로 인식된다. 비정상적인 저금리 체제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나타난 부작용으로 분석된다.

이런 흐름은 특히 유럽에서 집중적으로 관찰된다.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며 채권 금리가 전반적인 하향세를 타는 가운데, 국채와 회사채 매입을 중심으로 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단기물 국채는 대부분 마이너스 금리로 떨어졌다. 중기물도 마이너스로 추락할 위기다. 가장 우량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0.15%다. 이런 상황임에도 ECB가 국채를 매입해주니, 금리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물론이고, 단기물과 중기물 국채가 시장에서 씨가 말랐다는 불평도 나온다.

이런 분위기에서 초장기물 채권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아일랜드와 벨기에는 최근 100년물 국채를 발행했고, 프랑스와 스페인은 각각 50년물 국채를 찍어냈다, 스위스는 42년 만기의 초장기 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멕시코는 작년에 유럽에서 100년물 국채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그 틈을 타 유럽 기업들은 물론, 미국 회사들도 유럽까지 와서 회사채를 발행한다. 최근 미국 제약회사 존슨앤존슨이 회사채로선 장기물인 19년물짜리 채권을 발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투자자들로서도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초장기물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연기금과 보험사 등 장기물을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하는 큰손들은 투자에 숨통이 트인 모양새다.

스페인이 찍어낸 50년물 국채금리는 3.45%였고 아일랜드와 벨기에가 발행한 100년물 국채금리는 2.3%대였다. 미국 30년물 국채의 발행금리 2.66%보다 낮지만 10년물 이하의 (유럽) 중기물 국채가 마이너스 금리의 함정에 빠진 상황에서 연기금과 같은 장기 투자자 입장에선 만족스러운 수준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있다. 채권을 발행하는 입장에선 먼 미래에 빚을 갚으면 되니 걱정이 없겠으나, 이를 투자하는 입장에선 여러 가지 리스크가 따르기 때문이다. 채권이 갖는 리스크는 일반적으로 디폴트 리스크와 금리 리스크, 듀레이션 리스크, 유동성 신용등급 리스크 등이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은 듀레이션 리스크다.

듀레이션은 금리가 변동할 때 나타나는 채권 가격의 변동 폭을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 단기물보다 장기물이 높다. 만기가 100년에 이르는 초장기물의 경우 듀레이션 리스크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디폴트 리스크와 금리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100년 뒤 국가가 어떻게 될지, 회사가 영속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또 미래에도 초저금리 상황이 유지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와 같은 금융 쇼크 상황이 발생했을 때 채권 가격이 폭락하면서 금리가 급등한다면 초장기물 채권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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