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토지의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국책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설립된 토지은행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20조 원을 비축하겠다던 토지비축 실적은 한 해 목표에도 못 미쳐 개선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따르면 토지은행의 작년 말 기준 토지비축 규모는 사회간접자본(SOC)용지 709만㎡, 산업용지 2천166만 4천㎡ 등 총 2천875만 4천㎡에 달했다.

이를 시가로 환산하면 1조 7천억 원 규모로 정부가 당초 연간 비축규모로 계획했던 2조 원에도 못 미쳤다.

공공토지비축 종합계획 수립 뒤 비축 실적은 신청기준 2009년 2천335만 4천㎡가 시행됐고 2010년에는 10% 수준인 243만 7천㎡, 2012년에도 역시 비슷한 296만 3천㎡가 비축된 게 전부다.

지난 2000년 중반 지출된 공익용지 보상액이 19조 2천억 원에 달했던 점을 고려할 때 비축규모가 축소된 만큼 재정이 낭비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공공토지 비축이 이처럼 유명무실해진 데에는 제도 설계의 실패, 주무부처의 무관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공공토지비축법은 LH 이익금의 40% 또는 채권 발행을 통해 토지은행의 재원을 마련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LH 출범 전까지 토지공사가 매년 막대한 흑자를 올렸던 점을 고려한 것인데 통합 이후 LH가 부채 공룡으로 떠오르며 실효성을 잃었다.

국토부 역시 토지은행 재원 마련은 물론 매년 세워야 하는 시행계획조차 건너뛰며 토지비축사업을 방치했다.

매년 시행해야 하는 공공토지비축 시행계획이 지켜지지 않았던 해도 있다.

2011년에는 LH의 재무악화를 이유로 신규 비축대상 토지를 선정하지 않았고 2013년에도 시행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2015년에는 비축 신청이 없다는 이유로 생략했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공공개발용 토지에 국한된 현행 비축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대규모 도시개발을 위한 프랑스의 비축제도, 보존용지, 유휴시설을 도시재생과 연계하는 미국, 일본식 비축제도를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LH의 한 관계자는 "취득 대상에서 농지가 빠진 데다 통합 이후 LH의 부채문제 등으로 토지은행이 축소 운영된 면이 있다"며 "택지개발촉진법 폐지 등 대규모 개발사업 환경이 달라지는 만큼 향후 토지은행의 위상도 제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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