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정부가 건전성이 악화된 한국수출입은행에 대해 미봉책 수준의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은의 건전성을 개선할 방안을 찾기보다는 상황을 모면하려는 데 치중하는 것으로 진단됐기 때문이다.

16일 정부·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수출입은행을 공사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다.

정부는 BIS 비율 규제를 피하기 위해 수은 공사화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악화에 수은의 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자본 출자여력이 제한되면서생각해 낸 궁여지책으로 풀이된다.

수은은 은행법에 따라 BIS 비율 규제를 받고 있다. 공사로 전환할 경우 이 법을 따르지 않아도 되고, 결과적으로 BIS 비율 적용을 피할 수 있다.

수은 BIS 비율은 작년말 기준 10.0%로 간신히 두자릿수를 유지했지만, 출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한자릿수로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최근 구조조정이 가시화된 조선 및 해운사 여신의 회수가능성이 불투명해질 경우 수은이 확충해야 하는 자본 규모가 4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BIS 비율은 자기자본을 대출이나 보증 등 위험을 고려한 여신자산으로 나눠 산출된다. 대출이 늘거나 기존 대출의 위험이 커지면 분자가 커져 비율이 하락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현대상선, 한진해운, 창명해운 등 5개사에 대한 익스포져가 회수 의문으로 재분류되면 수은 BIS 비율은 최소준수자본비율인 9.25%(경기대응완충자본 0% 가정)를 밑돌게 된다. 이 경우 수은이 오는 2019년부터 적용되는 BIS 기준 10.5%(완충자본 감안)를 충족하기 위해 확충해야 하는 자본은 3조7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상황에서 건전성 규제를 피하기 위한 정부 정책은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윤석헌 전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공사화를 추진해 국제 규제를 피해간다면 위험이 드러나지 않아 오히려 나중에 국가경제를 더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금융기관에 대해 자본규제를 강화하는 글로벌 추세에도 역행한다"고 평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BIS비율 규제를 피하고자 수은을 공사로 전환한다 해도 해외 투자자들이 버젓이 존재한다"며 "이런 정책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통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수은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연간 130억달러(약 15조3천억원) 상당을 조달하고 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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