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악화 소지 불구 구주매출 10% 결정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호텔롯데가 상장 과정에서 전체 주식의 35%를 공모 물량으로 내놓을 계획인 가운데 구주매출 10%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구주매출 규모 확대가 일본계 주주에 막대한 이익을 안길 수 있다는 비판을 일으킬 수 있어 롯데가 구주매출 규모를 크게 가져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하지만 롯데는 이런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구주매출을 10%나 실시해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상장의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롯데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신주 발행 25%, 구주매출 10% 등 전체 주식의 총 35%를 공모해 최대 5조7천억원을 조달하는 상장 계획안을 확정한다.

주당 9만7천~12만원으로 정한 희망 공모가 밴드의 최상단에서 공모가가 정해질 것이라는 가정에 따른 수치다.

롯데그룹이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지배구조 개선, 즉 한국 롯데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호텔롯데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호텔롯데는 한국에서 면세사업 등 주요 사업을 영위하면서도 99%에 달하는 지분을 일본 롯데홀딩스 등 일본계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어 '국적 논란'이 일었다.

한국 소비자들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배당 등을 통해 일본 주주들에게 들어간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지배구조에 따른 국적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나온 카드가 호텔롯데 상장이었고, 롯데는 상장을 통해 일본계 주주들의 지분율을 끌어내리겠다고 공언했다.

상장 과정에서 기존 주주의 지분율을 낮추는 방법은 주식을 새로 발행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을 희석시키거나(신주 발행) 이들이 지분을 상장에 맞춰 매각하는 방법(구주 매출)이 있다.

구주매출은 기존 주주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직접 공모 시장에 내놓는다는 점에서 지분율 축소 목적을 달성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상장에 따른 차익이 이들 일본계 주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어 이들에게 막대한 차익을 안겼다는 비판 여론이 일 우려가 있다.

실제 일본 주주가 10%를 구주매출하게 되면 최대 1조6천400억원(1천365만주×밴드 최상단 12만원 가정)에 이르는 이익을 챙기게 된다.

주관사와 롯데의 최대 딜레마가 바로 이 부분이었고, 실제 주관사단은 구주매출 비율 결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논리 마련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을 알려졌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구주매출 비율 결정은 롯데로서 딜레마"라면서 "구주매출 비율을 어떻게 가져가더라도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이보다는 비율 산정의 근거를 탄탄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주매출을 아예 안 할 수는 없겠지만, 여론 비판을 의식해 규모는 미미할 것이라는 게 업계 예측이었다.

하지만 구주매출 비율을 10%까지 올린 것은 일본 주주에게 막대한 차익을 안겼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그룹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볼 수 있다.

롯데는 지난해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상장을 통해 99%에 달하는 호텔롯데에 대한 일본계 주주 지분율을 중장기적으로 50%까지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번 상장으로 일본 주주의 호텔롯데 지분율은 99%에서 65%까지 낮아지게 된다. 중장기 목표의 상당 부분을 상장을 통해 달성한 셈이다.

jy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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