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말 두렵다. 지금 정치 경제 상황이 20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외환위기)로 가기 1년 전인 1996년과 너무 닮아서다. 돈벌이 능력이 고갈된대기업들은 정부와 정치권의 눈치만 본다. 정부와 정치권도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 없이 우왕좌왕,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20년전에도 이러다 나라가 거덜 났다. 한보철강과 당시 기아차자동차가 망했고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던 재계 서열 2위 김우중의 대우그룹이 해체됐다. 국가신용등급이 무려 여섯단계나 떨어졌고 나라 곳간인 외환보유고는 하루 아침에 바닥이 났다. 국가가 부도위기로 내몰리면서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던 애꿎은 노동자들은 직장을 잃고 대책도 없이 거리로 내몰렸다.



◇20년전보다 더 암울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이 20년 전보다 훨씬 비관적일 수도 있다고 한다.20년 전 우리 경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수출이 더 이상 성장의 모멘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출 중심의 성장을 주도했던 철강,석유화학,건설,조선 등 중후장대한 우리 주력 기업들이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 성장의 또 다른 축인 내수부문은 더 비관적이다. 인구고령화와 맞물린 베이비부머의 퇴장에다 두자릿수에 이르는 청년실업까지 겹쳐졌다.

정부는 지식중심의 창조 경제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창조'보다는 '제왕적 행태'만 강화하고 있는 재벌이 주도하도록 사업 모델을 짰기 때문이다. 일부 재벌들은 경쟁력이 훼손된 계열사의 주가가 급락하기 전에 내부 정보를 이용해 자신들의 지분을 비싼 값에 내다팔았다. 일부는아버지를 치매환자라고 몰아세우고 또 다른 일부는 조강지처와 헤어져야 하는 이유를 언론에 공개하는 등 퇴행적인 행태까지 보인다. 모두가창조 경제의 주역 노릇을 하고 있다.

창조 경제를 일선에서 주도해야할 대기업 임원들도 제왕적 재벌의 눈에 들기 위한 충성 경쟁만 일삼는 등 관료화된지 오래됐다. 재벌들의 퇴행적 행태가 거듭되면서 신기술이나 새로운 사업모델을 창출한 임원보다 법조계나 정치권에 네트워크가 있는 임원들이 출세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일머리 모르는 관료

위기 상황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할 고위 관료들도 일머리를 제대로 모르는 듯 우왕좌왕한다. 생존의 기로에 선 조선, 해운사에 대한 정부의 구조조정 밑그림은 아직 알려진 게없다. 정부는 국책은행 자본금 확충을 위해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발동해야 한다는 주장만 거듭한다.

전문가들은 일의 순서가 뒤바뀌었다고 지적한다. 부실화된 기업들의 구조조정 과정이 선행되고 국책은행 등의 재무구조가 악화되면 이를 보강하는 작업이 뒤따르는 게 순서라는 이유에서다.

해운사의 비싼 용선료 재조정 과정에서 구조조정 전략 부재의 한계가 일부 드러나기도 했다. 글로벌 선주들이 최대 채권단인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기대를 바탕으로 용선료 인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대 채권단인 국책은행이 자본 확충에 나서는 등 더 다급한 듯 보이면서 글로벌 선주들과 협상력이 훼손된 결과로 풀이됐다.

정치권도 내년 대통령 선거에만 정신이 팔린탓인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20년전 한보철강, 기아차 등에 대한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실패하면서 나라가 거덜났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듯 하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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