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그동안은 채권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시장이었습니다. 금리 대세하락기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금리가 3%대로 접어들 때부터 자본시장 참가자들의 고민이 매우 많아졌고, 이제 FX는 자본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필수조건이 됐습니다"

박삼규 미래에셋투자증권 FICC본부장

박삼규 미래에셋증권 FICC본부장은 23일 연합인포맥스와 만나 FX시장 진출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과거 외환위기(IMF) 당시 35%대였던 금리는 현재 1%대로 뚝 떨어졌다. 1%대 저금리는 한 가지만 투자해서는 돈을 벌 수 없는 시장 상황을 대변했다. 투자자산의 섹터와 지역을 다양화하는 일은 무엇보다 시급해졌다.

이자율이 주전공인 박삼규 본부장은 "투자자산의 다변화를 위해 FX는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며 "FX, 이자율 등 전체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과거 4~5년간 꾸준히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우수한 외환딜러를 영입하고, FX투자 규제완화의 명문화에 대한 신중한 탐색 끝에 미래에셋증권의 최초 외환거래시스템인 '포에셋(FORASSET)'이 탄생했다. 때마침 증권사에 대한 외국환거래 규제가 완화되면서 미래에셋증권은 외환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투자자산의 다양화와 구조화는 박 본부장이 오랫동안 시장에 몸담으면서 배워온 원칙이기도 했다. 그는 "은행에서 증권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시스템과 조직이 준 능력을 내 능력인양 오판한 적도 있었고, IMF, 카드사태, 금융위기 등을 두루 겪으면서 시장에 겸손해지게 됐다"고 했다. 이런 마음가짐이 채권 뿐 아니라 파생시장을 두루 살피는 계기가 된 셈이다.

박 본부장은 첫 걸음마를 시작한 FX비즈니스가 토털 금융비즈니스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화롭게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

박삼규 미래에셋증권 FICC본부장은 1970년생으로 지난 1995년 한미은행으로 입행한 후 교보증권, 하나증권, 유화증권, KGI증권을 거쳐 지난 2007년 미래에셋증권에 합류, FICC팀장, 구조화 상품팀장, 구조화파생본부장을 역임한 후 지난 2013년부터 FICC본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다음은 박삼규 FICC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포에셋은 어떤 시스템인가.

▲포에셋을 만든 것은 FX를 위한 체력을 기르기 위해 외환관련 시스템을 안착시키려는 시도였다. 회사 차원에서 FX투자를 위해 전폭적 지원과 시스템, 인력을 갖추는 과정에서 외환규제도 마침 풀렸다. 그동안 투자행위에 종속된 FX거래만 했고, 인터뱅크 시장에 들어가거나 전사적 포지션 통합은 어려웠는데 이런 외환에 대한 시스템을 일원화한 것이다.

-딜링룸 FX부문의 강점은

▲맨파워가 좋다. 외환시장 주요 참가자가 은행인 만큼 은행출신 경험많은 딜러들을 영입했다. SC출신의 박정환 팀장이 이끄는 FICC퀀트운용팀은 총 5명의 딜러로 구성돼 있는데 수협은행에서 온 임상혁 차장은 FX트레이딩, 세일즈, 외화자금 및 결제 등 외환업무 전반에 걸쳐 업무 경험이 풍부하고, SC와 UOB를 거친 박상균 차장은 머니마켓부터 FX스팟, 포워드, 옵션에 대한 다양한 트레이딩 경험과 테크놀로지 개발을 주도했다. 한국자산평가팀장이던 강철민 박사가 quantitative trading과 모델링에 대한 부분을 지원하게 된다.

-FX시장의 시장성은 어떻게 보나

▲당장은 큰 수익이 된다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못벌지는 않겠지만 메인 비즈니스가 될 정도는 당장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수익원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이니 천천히 해나가겠다.

현물환 없이 통화선물에만 의존해서는 트레이딩 전략을 제대로 구사할 수 없다고 생각해왔다. 외환시장 참여를 계기로 시장과 직접 소통하고 거래 비용을 최소화함으로써 지속적으로 대고객 비즈니스를 확대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외환시장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마켓메이킹 기능을 하다보면 수익창출 능력도 생기고, 시장내에서 직간접적인 소통, 신뢰를 구축함으로써 거래비용도 감축될 것으로 본다.

-규제가 풀렸지만 애로사항이 많을 텐데.

▲완벽하게, 프리하게 플레이할 마켓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게 정부든, 회사든, 내 능력에 의한 제약이든. 그 내에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물론 은행에 비해 열위한 증권사 환경이지만 그 안에서 충분히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규제 역시향후 시스템이나 규모나, 인력이 커지면 괜찮아질 것으로 본다.



-투자 이익이 가장 클 것으로 보는 FX자산은 무엇인가

▲통화자산의 측면에서 볼 때 미국 금리인상, 신흥국 전반의 경제침체, 상품 가격의 하락은 미 달러, 일본 엔화의 강세와 호주달러 등 상품통화의 약세가 강하게 예상된다. 전체적인 방향은 달러, 엔 등 안전통화 매수, 호주달러 등 상품통화 매도를 큰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 외에 주의 깊게 보고 있는 통화는 인도 루피화(INR)인데, 기존 외국인직접투자(FDI)와 콜센터/IT에 크게 의존했던 경제성장이 제조업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 인상 깊다. 장기적 측면에서 INR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인도, 멕시코 통화는 모양으로보면 트레이딩할 수 있는 적격적인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고 본다.



-미래에셋만의 딜링룸 문화가 있다면

▲일단 FICC딜링룸 내 구성이 다양하다. 증권사 인력 3분의 1, 은행 인력 3분의 1, 보험권 3분의1이다. 그리고 저희가 지향하는 바가 타이밍을 이용한 초단기딜보다 펀더멘털을 기본으로 한 트레이딩이다. 팀플레이는 미래에셋의 투자 원칙 중 하나다. FICC도 팀플레이를 근원으로 한다. 팀에서 주어지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개인에게 재량권을 준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포용성도 갖고 있다. 실패냐 여부보다 새 시도를 위해 우리가 노하우를 쌓으면 그게 재산이라고 본다. 피드백도 많이 주고 받고 있다. 이런 원칙은 2009년 이후 10회계년도 동안 한번도 실패한 적 없다.



-새로운 시도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브라질 토빈세 있을 때 역내 브라질 달러-헤알화 환율과 역외환율 간 가격차이가 컸다. 역내로 들어갈 때 6% 토빈세가 붙으니까 역외투자자들은 그냥 역외에서 주고 받는 식이었다. 동일한 캐시플로우임에도 차익거래가 발생해 롱숏이 가능했다. 롱숏 포지션을 구축하면 만기보유시 제로에 수렴하지 않나. 그런데 토빈세가 없어지면서 환율이 역전된 게 반대로 역전돼서 언와인딩해서 약 150억원 정도 수익을 냈다. 새로운 시도였고, 토빈세 없어질 것을 예상 못했지만 환경이 잘 도와줬다.



-어떤 헤드인가. 딜링룸 운영 원칙은

▲대화를 자주하고, 방임형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FX나 이자율 하나하나 섹터가 중요한게 아니라 전체가 어떻게 조화롭게 표출되느냐다. 섹터별로 파고가 다 있다. 호시절이 있는가 하면 안좋은 사이클에 걸리기도 한다. 이걸 이해할 수 있는 팀워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10년동안 운용이든 영업이든 우상향의 수익을 내온 건 세밀하게 들어가면 미스난 부분이 있겠지만 그걸 안아가면서 융화를 해준 부분이었다. 북은 나뉘어 있지만 원북 개념이 있다.

-증권사들은 긴 안목으로 거래하기 힘들다는 편견이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섹터별로 세분화돼 있어 그걸로 평가받고, 답을 내야한다. 한우물 판다는 차원에서는 좋지만 딜링만 몰입해서 버는 수익은 그렇게 클 수가 없다. 정말 큰 돈은 구조화된 데서 버는 것이다. 세계적인 아비트리지든, 법률적 차익거래든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파생화, 구조화, 믹싱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낸다. 있는 상품이 새로운 상품이 되는 일련의 과정이 돈을 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팀워크가 그래서 중요한 것이고,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은 이런 원북 시스템에 대한 동의와 열정 때문이다.

-원-위안 시장 진출 계획은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당장 할 수는 없다. 다음 스텝에서 논의할 사항이다.

-외환시장에서 향후 보고 있는 큰 그림이 있다면

▲기본적으로는 메인 플레이어가 되는게 가장 큰 목표다. 단기 목표로 세운 것은 외시협 회원이 되고 싶다. 단순히 들어가는 게 아니라 거래량과 인력, 다른 시장참가자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저희 노력은 당연한 거고 그 노력을 은행들을 비롯한 다른 시장참가자들이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미래에셋은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국내외환시장의 발전에 기여하며 향후 시장의 주요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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