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3월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취임 이후 범 농협 계열사 임원에게 배포된 임원 수첩. 이 수첩엔 범 농협이 인지하는 NH투자증권의 위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수첩은 농협중앙회를 시작으로 농협경제지주, 농협금융지주, 농협은행, 농협생명, 농협손해보험 등 계열사 임원진의 연락처를 순서대로 담았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은 찾기 힘들었다. 계열사 순서상으로도 있어야 할 곳에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NH투자증권은 계열사 유관기관으로 분류돼 농협신문과 농협대학교재단에 이어 NH무역, NH선물 다음에 이름을 올렸다. NH투자증권 뒤엔 캐피탈과 자산운용사가 자리했다. 전 계열사 및 관계사를 통틀어 끝에서 세 번째 순서였던 셈이다.

여기에 NH투자증권 대표 임원으로 연락처가 적힌 임원조차 금융지주 등 주요 계열사 출신이었다.

사실상 사용할 일 없는, 그저 비상 연락망에 불과한 이 수첩에 NH투자증권 임원들은 울컥했다. 요식 행위에 불과한 수첩 제작에서조차 NH투자증권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라는 사실이 슬펐다고 한다.

슬픈 현실은 더 있다.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주관하는 계열사 최고경영자(CE0) 및 임원진 경영회의에서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의 자리는 7번째 또는 그 이후다.

끝장토론 등 농협중앙회가 주최하는 간부급 행사에도 농협은행은 본부 부장급까지 참석하지만, NH투자증권은 부사장급까지만 참석하는 게 일반적이다.

은행계열 금융지주에서 계열 증권사에 대한 '푸대접'은 흔한 일이다. 다만, NH투자증권이 범 농협 내에서 차지하는 생산성을 고려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NH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지배주주지분 기준으로 64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농협은행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파 탓에 32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농협생명은 391억원, 농협손해보험은 78억원을 벌어들였다.

국내 대형 투자은행(IB)으로 손꼽히는 NH투자증권은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업계 1위를 기록했다. NH금융지주 내 업계 '톱티어'로 꼽을 수 있는 계열사는 NH투자증권이 유일하다.

그룹 내 캐시카우(CASH-COW) 미션을 부여받은 NH투자증권의 서러움은 갈수록 짙어가는 모양새다.

농협금융그룹 고위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이 업계 최상위 성적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그룹 내부 위상은 그렇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조직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데다 기업 구조조정 충당금 여파에 임금삭감, 인원감축까지 동참하라고 하니 억울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생명이나 손보 등의 계열사는 신경분리 이전에 중앙회 소속이었지만, NH투자증권은 그렇지 않았던 과거 습관이 불러온 일들"이라며 "합병을 통해 탄생한 만큼 구성원들이 소외감이나 억울함을 느끼지 않도록 더 챙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증권부 정지서 기자)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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