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성규 기자 = 자본확충이 논의되고 있는 산업은행의 자산 건전성 지표는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낙제 수준에 가깝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4.28%로 시중은행 평균 14,85%와 크게 차이가 없다. 문제는 부실채권 비율과 규모다.

산은의 부실 채권 비율은 5.68%로 시중은행 평균 1.13%에 비해 5배 가량 높다.

부실채권 규모는 7조3천억원으로 이 또한 시중은행 평균 1조7천억원보다 4.4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산은이 조선사와 해운사에 대해 과도하게 부실여신을 제공한 탓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한국은행은 직접 출자와 자본확충펀드를 통한 간접출자 방식을 통해 자본확충에 나서려 하고 있다. 자본확충을 통해 기업구조조정의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자본확충에 앞서 산은이 은행과 구조조정 대상기업 부실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조선 3사의 영업적자는 8조원에 이른다. 산은도 이들 조선 3사의 적자 여파로 1조9천억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기업의 수요 예측도 하지 못한 채 무턱대고 여신을 제공한 산은의 경우 자본확충에 앞서 부실의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주장이다.

특히 20대 국회에서 1당으로 올라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의 책임은 해당 기업인들 뿐 아니라 산업은행에도 있다고 못박으며 책임론에 불을 지폈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는 지난 23일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외환위기 때도 산은의 방만 경영은 국민 세금으로 메웠다"며 "정부가 계속 출자해 적자를 메우는 도덕적 해이를 보였고 이런 방식이 영원히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가가 보장하는 은행이라고 예외로 취급할 수는 없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엄격한 기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20대 국회에서 산은법 개정 등을 통해 견제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가 산은 책임론에 포문을 연 데 이어 지난 24일 열린 더민주 원내대책 회의에서도 산은의 책임론이 제기됐다.

이 자리에서는 기업 경영인이 아닌 산은의 사외이사까지로 책임론이 확대됐다.

변재일 더민주 정책위의장은 "산은 등 채권단이 제대로 역할을 했는지, 사외이사들은 제대로 파견됐는지 의문"이라며 "정부는 위기상황을 만든 책임자에 대해 엄정하게 처벌할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 의장은 "대우조선이 왜 이리 많은 적자가 발생한 것인지, 분식회계로 속인 것이지 등에 대해 전부 다 수사를 해봐야 한다"며 "대기업이라서 불법 행위의 책임을 면해주고, 국가기간산업이란 이유만으로 살려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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