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실업사태 등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그동안 학벌과 스펙이 위주였던 국내 고용시장의 문화가 능력 위주로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직업훈련의 필요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런 변화와 맞물러 한국산업인력공단도 직업훈련시장 체제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이연복 산업인력공단 직업능력국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연복 인력공단 국장

이연복 국장은 30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산업인력공단의 주요 사업이 기능인력양성에서 직업능력개발지원으로 전환한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며 "앞으로는 고용시장 문화변화와 함께 조선산업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등으로 나타날 수 있는 대규모 실업사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직업훈련시장 전반에 걸친 경험을 바탕으로 직업능력개발사업 전달체계를 효율적으로 개편하고 성과를 높이는데 역량을 더욱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국장은 "학벌과 스펙 중심의 연공서열식 고용문화도 이제는 능력이 중심이 되는 제대로 된 고용문화로 바꿔야 한다"며 "사람의 가치를 키워 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일터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양한 인적자원개발사업과 혁신적인 서비스로 사람과 일터의 가치를 높여 나가겠다"며 "이를 위해 일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일하는 이른바 일터와 학습터가 공존하는 학습조직화 지원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산업인력공단의 전신인 한국직업훈련관리공단(1982년) 이전부터 36년간 능력평가, 능력개발, 국제인력 등 직업훈련사업 전반을 경험한 정통 직업훈련전문가다. 지난 1979년 한국기술검정공단에 입사해 자격관리본부 부장과 인재개발팀장, 창의성과팀장, 정보화지원국장, 글로벌일자리지원국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산업인력공단 직업능력개발사업을 총괄하는 직업능력국장을 맡았다.



아래는 이연복 국장과의 일문일답

--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하는지 소개해달라.

▲ 산업인력공단은 지난 1982년 직업훈련관리공단으로 설립됐다. 중심 사업은 크게 네 가지다. 평생능력개발, 국가자격시험, 중소기업의 외국인고용지원, 청년들의 해외취업과 기타 숙련기술 장려 및 국제협력사업 등이 그것이다. 현재 '능력중심사회 구현'을 위한 선도기관으로서 국가직무능력표준(NCS)과 일학습병행제, 청년 해외진출 지원하는 K-무브 등의 국정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매년 350만여 명에 대한 직업능력개발과 3백30만여 명에 대한 직무능력평가 즉, 국가자격시험 등을 통해 근로자의 직무능력향상과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 글로벌 경기침체와 함께 우리나라 기업들도 많이 위축되고 있다. 직원 복지 차원에서 지원되는 각종 교육·훈련 비용부터 지출을 줄이는 경향이 큰데.

▲ 안타까운 현실이다. 요즘 세계는 '인재전쟁'시대를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산설비에 10%의 자본을 투자했을 때는 3.7%, 이를 인적자원개발에 투자했을 때는 두 배 이상인 8.4%의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산업사회가 고도화되고 서비스산업이 발달하면서 평생능력개발 시대가 도래했다. 사실 중소기업들은 인적자원개발에 투자하기가 어렵다. 근로자들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 공단은 사업주 직업능력개발훈련과 재직근로자를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 사업주 직업능력개발사업이란 용어가 생소한 면이 있다.

▲ 지난 1995년부터 시행한 사업주 직업능력개발훈련은 1천200만 고용보험 가입근로자라면 누구나 지원받을 수 있는 훈련으로, 사업주가 자사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직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실시하는 훈련이다. 훈련대상자는 재직근로자, 채용예정근로자이다. 훈련은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시하는 자체훈련과 타 훈련기관에 위탁해 실시하는 위탁훈련, 그리고 여러 사업주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실시하는 컨소시엄 훈련 등이 있다. 소요되는 경비도 지원된다. 중소기업의 경우 사업주가 납부한 보험료의 240%까지, 최초 매년 500만원까지 환급된다.

-- 중소기업들의 고질적 문제가 바로 만성적인 인력난이 아닌가 한다. 이직률도 높은 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단에서 노력하고 있는 부분을 소개해 달라.

▲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기업에서는 채용할 만한 인재가 없다고 하고 구직자들은 직업보다는 직장 중심으로 대기업, 공기업 등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즉, 교육과 산업현장의 미스매치와 중소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나 비전이 부재함에 따라 구직들이 바늘구멍인 대기업과 공기업을 선택하고, 이를 위해 불필요한 스펙 쌓기로 돈과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공단은 고용시장 진입단계의 미스매치를 해결하고 최근 심각한 청년실업을 완화하기 위해서 청년의 직무역량을 강화해 중소기업에 구직알선을 통해 취업과 연계하는 '청년취업아카데미'사업과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 시기를 획기적으로 앞당기고 노동시장의 인력 미스매치를 해결할 최선책으로 '일학습병행제'를 추진하고 있다.

-- 요즘 청년실업이 사회적인 화두다. 사업의 성과가 있는가.

▲ 해당 사업에 대해 여러 기업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입소문을 통해 또 다른 기업들이 일학습병행제에 관심을 보이는 릴레이 효과도 생기고 있다. 올해 3월 말까지 6천800여개 기업이 참여함으로써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 최근에는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직업의 시대라고 한다. 직업군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직업 선택을 앞둔 청년들의 고민이 어느 때보다 큰데.

▲ 유엔미래보고서나 국제 포럼 등에 따르면 급속한 직업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연령인 7세 아이가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는 현재 직업의 60%가 바뀐다고도 한다. 직업 선택에 있어서 무엇보다 자신의 적성과 소질에 맞는 직업을 선택해야 되고 선택한 직업에서 최고가 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기업 입사자 중 30%가 1년 반 만에 이직하는데, 첫째 사유가 적성과 전공의 불일치다. 직업이 아닌 직장만 찾은 결과다. 대기업 평균 근속연수가 12년, 그리고 평생 7~10회 이직한다는 조사도 있다. 어디서 일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무슨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산업사회의 변화에 직업이 없어지거나 여러 직업이 통합되고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기도 한다. 현재 하나의 직업이 여러 개로 나뉘기도 한다. 청년들은 직업에 대한 편견에 좌우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

-- 앞으로 집중적으로 추진할 사업이 있다면.

▲ 학벌과 스펙 중심의 연공서열이던 고용시장 문화를 이제는 능력이 중심이 되는 제대로 된 고용문화로 바꿔야 하다. 사람의 가치를 키워 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일터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다양한 인적자원개발사업과 혁신적인 서비스를 통해 사람과 일터의 가치를 높여 나가겠다. 이를 위해 일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일하는 일터와 학습터가 공존하는 학습조직화 지원사업을 더욱 확대하여 근로자들이 스스로 역량을 향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산업사회의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제고해 나가겠다. 고용보험기금의 수혜자인 재직자나 실업자가 직접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업주 훈련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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