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신은실 기자 = 하나대투증권의 `황당한' 실수로 BS금융지주의 자금조달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BS금융지주 회사채 발행 대표주관사인 하나대투증권이 증권신고서의 내용을 잘 못 기재하는 바람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정정 요청을 받으면서 발행 일정이 연기된 탓이다.

BS금융지주는 자회사인 BS캐피탈의 자본을 확충하고 운영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이번 달 13일 5년 만기로 회사채 1천억원을 발행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지난 달 중순 하나대투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해 지난 달 말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BS금융지주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퇴짜를 놨다.

대표주관사인 하나대투증권이 작성한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내용 중 '황당한'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다.

증권신고서의 '모집 또는 매출에 관한 사항'의 12번째 항목인 '등록청구'의 내용에 '공동대표주관사인 신한금융투자'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던 것.

BS금융지주가 계약을 맺은 대표주관사는 하나대투증권이 유일했다. 그런데 신한금융투자가 대표주관사 명단에 들어간 것이다. 심지어는 인수단 명단에 조차 신한금융투자는 없었다. 뜬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대표주관사를 선정해 계약을 체결하도록 의무화 한 '회사채 발행시장 제도 개선안'이 시행된 이후 금감원이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도록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하나대투증권은 직전에 신한금융투자와 공동으로 현대백화점의 회사채 발행 대표주관사를 맡았다. 이게 화근이었다.

하나대투증권이 지난 달 16일 제출한 현대백화점의 증권신고서 내용을 그대도 베껴쓰면서 신한금융투자를 빼지 않고 그대로 BS금융지주의 증권신고서에 넣어 버린 것이다.

말 그대로 실무자의 단순한 실수였다.

하지만 올들어 DCM 시장 '톱5' 진입을 목표로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왔던 하나대투증권은 이번 실수로 평판에 상당한 오점을 남기게 됐다.

하나대투증권의 실수는 BS금융지주에게도 적잖은 피해를 줬다.

회사채 발행 일정이 닷새나 미뤄졌기 때문이다. 수요예측은 당초 5일 실시될 예정이었지만 11일로 미뤄졌다. 청약일과 상장일도 13일과 14일에서 18일과 19일로 연기됐다.

결국 발행자인 BS금융지주는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려던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된 셈이다.

운영자금을 지원받고 자본확충을 위한 증자를 준비중이던 BS캐피탈도 적잖은 영향을 받게 됐다.

BS금융은 국고채에 일정 스프레드를 가산하는 방식으로 금리를 결정해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했는데, 일정 연기로 채권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위험도 떠안게 됐다.

BS금융지주는 수요예측 희망 금리밴드를 25∼35bp로 제시했다. 기준금리는 국고채 5년물로 정하고 청약일 전일의 금리를 최종 금리로 하기로 했다.

수요예측에서는 가산 스프레드만 결정되기 때문에 발행일 전일의 국고채 5년물 금리가 중요하다.

일정이 닷새나 미뤄지면서 BS금융지주는 금리 변동성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유럽발 재정위기가 재부각하면서 경기 우려가 확대된 탓에 국고채 금리가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BS금융지주가 회사채 발행을 한창 준비중이던 지난 달 중순 이후 국고채 5년물 금리는 3.47∼3.49% 수준이었지만 정정신고서를 낸 지난 5일에는 3.39%까지 내렸다.

그러나 발행일 전일인 이달 17일까지 국고채 금리가 하향 추세를 이어갈 것이란 보장은 없다.

금리가 계속 내려준다면 하나대투증권은 한숨을 돌리겠지만, 금리가 갑작스레 '튀기라도' 한다면 BS금융지주에 고개를 들 수 없는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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